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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문제 내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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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농민신문 기고| 2010년  4월  16일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불안심리 시장지배 형국 … 단경기 값상승 여력있어

 

쌀 유통업자와 농가는 쌀가격이 길고 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쌀가격이 하락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앞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상승세로 반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비관론의 핵심은 2009년산 쌀 생산량이 많다는 것, 그리고 2009년의 쓰라린 경험이다. 2009년 쌀 생산량은 491만6,000t으로 평년의 456만5,000t보다 35만1,000t이 많다. 10a(300평)당 생산량이 사상 최대인 534㎏을 기록한 결과다. 정부는 쌀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34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고, 이에 필자는 2010 양곡연도에는 수요와 공급이 거의 일치하므로 수확기 이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쌀가격은 수확기에 80㎏당 14만2,000원에서 최근 13만7,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실제 쌀 생산량이 정부가 발표한 수치보다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란 일부 주장이 있다. 충남 서천군의 단수는 628㎏이고 충남의 평균 단수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568㎏을 기록했으므로 정부 통계치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전남의 평균 단수는 전국 평균보다 8% 적은 492㎏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09년산 벼 품질이 좋아진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통계는 벼를 수확 후 도정한 물량을 집계하므로 품질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통상적인 도정수율은 72% 정도지만 지난해는 75%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발표한 생산량에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소비량 감소를 감안해 지난해 생산량에서 34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으므로 쌀가격이 하락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유통업체가 현재 가격이 충분히 낮다고 판단하고 벼 매입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불안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형국이어서 국면 전환이 쉽지 않다.

 

2008년 수확기 벼 가격이 높게 책정됐지만 단경기 가격은 수확기보다 7%나 하락해 많은 유통업체(RPC)가 손실을 입었다. 2009년산도 풍년이고 불안감이 크므로 RPC들은 경영목표를 손실 최소화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손실을 감수하고 재고를 빨리 처분하려는 RPC가 많을수록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수급에 괴리가 없다고 인식하는 시점에서는 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쌀 생산량이 476만8,000t을 기록한 2005년에도 심리 불안요인으로 쌀가격이 수확기 초에 14만2,000원으로 하락했고,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14만4,000t을 시장격리한 바 있다. 그래도 불안심리가 시장을 지배해 2006년 4월에는 13만7,512원까지 하락했다. 그 뒤에는 수요와 공급에 괴리가 없었으므로 5월부터 가격이 상승해 9월 가격은 4월에 비해 11.1%나 뛰었다. 경험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생산량과 가격의 관계성은 일정한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단경기까지는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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