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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지고 늙어가는 사람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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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자재신문 기고 | 2009년 1월  1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학측면에서 인구문제를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고 인구증가로 인한 빈곤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작품은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요지는 이렇다. 인구증가는 기하급수적인데 사람이 먹고살 식량과 생존물자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빈곤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빈곤을 피하기 위한, 결국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18~19세기 초반에 지적된 인구증가와 관련된 빈곤문제에 대한 맬서스의 주장은 기술혁신과 농산물의 생산성 증가 등으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대편의 주장에 묻힌 듯하였다. 그러다가 1970~80년대에 다시금 “지구는 만원이다”라고 경고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경각심을 정책에 반영하였었다. 그런데 30년도 지나지 않아 “아이를 더 낳자”고 한다. 어찌된 상황인가.

2009년도 11월 세계 인구는 68.3억명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7,970만 명이 늘어난 수치이다. 1800년에 9.8억명으로 10억이 못되었으니까 딱 210년 만에 약 7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미국통계청에 의하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50년 후에는 지구인구가 97.5억명, 그 후 몇 년이 지나면 10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의 추세만으로 추정되어 약간 과장될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현재 세계 인구는 주는 게 아니고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한의 인구는 4,830만 명으로 세계 26위를 기록했다. 북한의 약 2300만명을 감안하면 한반도의 총 인구수는 7100만명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1970년 남한의 인구가 3220만명이었으니까 지난 40년 사이 총 1610만명, 매년 약 56만명씩 증가해 왔다. 그런데 1995년도 인구가 4510만명이었으니까 지난 25년 동안 1290만명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의 80%를 넘는 수치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14년여 동안 총 320만명으로 연평균 약 23만명 꼴이니 전체 평균 56만명에는 훨씬 못 미치는 증가속도이다. 그렇지만 현재 총인구수는 증가하고 있다.

지구 인구의 지역별, 연령별 구성의 변화를 차치하고 우선 사람의 숫자가 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가.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만든 가족계획홍보영상 “한국은 만원이다” 동영상에 이에 대한 답이 정리되어 있다. 첫째 인구증가로 인해 도시는 이미 안락함을 잃었으며 거리마다 넘치는 인파로 인해 교통의 지옥현상이 발생하고, 둘째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믿음으로 이뤄져야 하는 인간관계에 많은 마찰이 빚어진다. 인간소외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셋째 인구 증가는 곧 식량 위기를 불러오며 국민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해야하고, 넷째 숨 막히는 도시소음과 각종 매연, 쓰레기의 대량방출과 공장 폐수의 증가 등으로 환경은 더욱 더 오염될 것이다. 다섯째로 지적한 문제는 주택 문제, 교육비 문제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모두 적시되어 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아직도 우리들이 기억하는 산아제한정책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1914년 미국의 간호사이자 여성운동가인 마가렛(Margaret Sanger)에 의해 주창된 운동을 따른 정책이다. 1962년 보건사회부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산아제한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가족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지원하는 법률인 '모자보건법'이 196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임신중절의 합법화를 인정한 법률이다. 정관과 난관시술 지원, 각종 피임기구지원 등 전면적이고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이 전개되었다. 당시의 슬로건을 보면 1960년대 “알맞게 나아서 훌륭하게 키우자”, 1970년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1980년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그 내용도 강하게 변화하였다.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정책이 없더라도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매우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1950~60년대 5명이상이던 출산율이 ‘70~80년대 초에 이르면서 4명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2.83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출산율이 1.6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정부는 산하제한정책을 더 이상 채택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출산율을 전제할 경우, 사람수명이 동일하다면, 총인구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WHO '세계보건통계 2008'에 의하면 2005년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평균 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2명을 기록하고 있다.

30여년에 걸쳐 전개해오던 산아제한정책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출산장려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한국의 인구가 2050년에 가서는 700만명이 줄어 4200만명이 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경고와 함께. 엊그제만 하더라고 하나만 낳자고 하더니 이제는 2명, 3명 다산하는 것이 미덕인양 보다 많은 아이의 출산을 부추기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많은 인구로 인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도 않은 지금, 인구증가를 정부가 나서서 홍보하고 촉진하고 있다. 세계는 폭발하는 인구증가로 식량문제, 기아와 질병문제, 자원고갈문제 등 산적한 문제로 골머리가 썩고 있는데, 그리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는데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한다. ‘인구의 증가문제’는 그리 단순히 볼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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