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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세계농업 회고, 격차·빈곤·기아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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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9년 12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9년은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국가간·지역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빈곤이 확산된 한 해였다. 또한 기아문제는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어 기아의 희생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10억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구 전체의 의무적인 이산화탄소 감축계획을 결정하는 코펜하겐 회의를 둘러싸고는 선진국과 신흥국간의 대립으로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고, WTO 농업협상은 이미 10년이나 지체되는 등 분열된 체 또 한 해를 넘기고 있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속에서 기회가 확대되는 반면에 그 부작용으로 빈곤·기아·격차 등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화 속에서 빈곤과 격차가 심화

 

  세계 기아인구는 199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기아인구 반감계획에 의해 8억 2,000만명에서 감소하는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증가로 반전하여 2007년 9억 2,300만명, 2008년 9억 6,300만명, 2009년 10억 2,000만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세계인구 6명중 1명이 기아의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에 의한 소득감소와 실업확대가 그 배경에 있다. 또한 2006∼08년간의 세계 식량위기가 개도국에 타격을 가하였다. 이 시기에 이미 각종 수단을 소진한 개도국은 그 이후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한 적절한 해결수단을 갖지 못하였다. 그리고 개도국도 금융면에서 세계경제에 편입됨에 따라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기아는 이제 개도국 만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회원국의 빈곤율을 발표하였다. 빈곤율이란 국민 1인당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미만인 자의 비율로서 상대적 빈곤개념이다. 멕시코·터키·미국이 1위 그룹이고, 일본·아일랜드·한국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65세 이상의 고령자 빈곤율이 45.1%로서 아일랜드(30.6%)와 함께 다른 회원국에 비해 압도적인 차이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 중에서 유독 한국과 아일랜드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농무부(USDA)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가구의 14.7%가 식량부족을 경험하고 있고, 특히 어린이 영양부족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농업법에서 빈곤층에 식량을 지원하는 ‘푸드 스탬프’ 예산을 대폭 확충해 두었다. 수급자 수는 2008년 2,800만명에서 2009년 9월 현재 3,700만명으로 늘어났고, 매일 2만명 꼴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 곡물수급에도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08년 하반기에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곡물 가격이 급락하여 12월 중반 최저수준을 기록하였다. 금년 들어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곡물시장은 명확하게 ‘투기자금’과 ‘수급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로 정착되었다. 쌀은 아시아에서 인도와 필리핀에서 생산감소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향후 엘니뇨 등 기상이변에 의한 생산감소가 주요 변수다.

  대두는 중국의 수입증가로 최대 수출국 미국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 중반기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대두가격은 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의 생산상황, 인도·중국의 소비동향 등 브릭스(BRICs) 4대국의 수급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소맥은 미국·호주에서 한발로 감산과 생산 정체가 반복하는 동안 러시아를 비롯하여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생산이 늘어나 새로운 공급처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원가격 상승으로 국가 재정이 회복하여 농업지원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소맥생산이 구소련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곡물가격도 상승하여 1년 전에 비해 소맥은 20%, 옥수수와 대두는 30% 전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과 투기자금 요인으로 가격이 상승한 국면이다.

  시장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농산물 수입국은 국내생산이 축소되고, 이로 인해 고용과 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을 기점으로 농가 호당 소득이 감소하는 등 한국 농업은 절대적인 축소의 길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농촌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동시에 농업내부의 계층간 격차도 확대되는 ‘2중의 격차’라는 수렁에 빠져있다. 고용창출과 소득향상이 한국 농업의 긴급 과제이다.

 

다양한 활동으로 고용창출과 소득향상이 과제

 

  경제불황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한해 세계 농업은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중국에서는 도시의 실업과 수요 감소에 대응하여 농촌지역이 고용과 내수 확대에 기여하였다. 미국에서도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CSA) 등을 통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공동체 유지에 공헌하였다. EU는 친환경, 자원보전, 동물복지 등 생산활동과 결합된 다원적 기능을 중시하고 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일본은 1차산업의 6차산업화를 통한 소득향상에 적극적이다.

  농업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여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영세·고령 계층이나 조건불리지역에 대한 사회보장계획과 같은 안전망(safety net)을 구축하여 기아·빈곤·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2010년 세계농업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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