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근본적 쌀 대책 마련해야
3587
기고자 박동규
머니투데이 오피니언| 2009년  12월 11일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풍년이다. 생산량이 많아진 결과 가격 하락폭이 커져 농업인의 불만이 크다. 쌀값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쌀값 하락해도 생산자 가격은 안정돼

 

정부가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이하 쌀직불제)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쌀 가격이 하락하여도 쌀 농가가 받는 가격은 안정적이다. 쌀직불제는 80kg당 17만 83원 이라는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과의 차이의 85%를 재정에서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올해 수확기 쌀 시장가격이 80kg당 15만 원이라면, 정부는 80kg당 1만 7,071원을 쌀직불금으로 지불한다. 시장가격에 쌀직불금을 포함하여 농가가 받는 가격은 16만 7,071원으로 목표가격의 98.2% 수준이다. 쌀 시장가격 하락에 관계없이 생산자가 받는 가격은 목표가격 수준에서 안정적이다. 쌀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촉진 운동이 탄력을 받게 되므로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쌀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쌀 가격이 급락하는 장세를 방치하면 불안감이 조성되어 유통이 경색되고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정부는 쌀직불금 재정을 필요 이상으로 지불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생산량의 일부를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정부의 쌀 대책은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방향과 일치한 대책이어야

 

일부에서는 쌀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늘리고 쌀직불금 수준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비축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용하는 정책이지만, 식량안보를 위해 사전에 결정된 물량을 시장가격으로 매입하고 시장가격보다 낮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정부는 매년 일정물량을 매입, 방출하여 양곡연도 말에 72만 톤을 유지하는 공공비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수확기 가격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공비축 매입량을 늘리면 이는 더 이상 공공비축제도가 아닌 시장가격을 지지하는 기능을 하므로 감축대상 정책으로 분류되어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이 타격을 받게 된다.

 

쌀직불금은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고 쌀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쌀직불금 수준을 대폭 올리면 농가 소득이 일시적으로 향상되지만, 공급과잉이 심화되어 익년도 수확기 쌀값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며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백가쟁명식의 요구나 주장은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수 있고 농가에 불필요한 기대감만 줄 수 있다. 정부의 수확기 대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근본적 쌀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농촌현장에서는 미곡종합처리장 등 산지유통업체와 쌀농가 사이에 매입가격 결정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 가격이 발견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 간의 협상에 의하여 매입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에 의한 매입가격 결정은 수급상황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대풍이었던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수확기 가격보다도 80kg 한 가마당 1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수확기 가격이 형성되었다. 2005년 이후 계절진폭 형성과 농협 조합장 선거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제는 쌀 가격을 수급에 상황에 맞게 시장에서 발견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때이다.

 

또한, 쌀에 대해 관세화 유예를 지속할 것인지를 이해 당사자인 농업인과 농민단체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2014년 이후에 관세화로 전환하면 매년 40만 8천 톤의 쌀을 수입해야 한다. 국민 1인당 소비량이 75.8kg인 점을 감안할 경우 약 500만여 명이 1년 동안 먹을 물량이다. 경상북도 인구가 약 270만 명이고, 충청남도 인구가 약 200만 명인 점을 감안할 경우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국내 쌀산업이 공급과잉에 처한 상황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야 하는 관세화 유예 조치는 큰 문제이다. 더 이상 쌀 수입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세화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