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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학교 위상, 새롭게 정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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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9년  9월 17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전통적으로 농업고등학교, 농업전문대학, 농과대학 등 농업계 학교는 우리나라 농업을 짊어지고 나갈 후계 영농 인력의 중요한 보급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농업계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에 대한 농업계 내부의 문제 제기가 있다. 졸업생의 5%도 되지 않는 인력만이 영농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계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신성장 산업분야로 전환 추세

 

전국의 농업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고등학교는 73개, 전문대학은 24개, 농과대학은 37개가 있다. 그런데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농업계 학교와 학과들이 전통적인 생산 분야를 포기하고 농업관련 산업, 생명공학(BT) 등 소위 신성장 산업 분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계 고등학교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교육목표를 과거 ‘중견 농업인 양성’에서 ‘농생명 산업에 관한 기초 지식과 기술 습득’으로 전환해 더 이상 영농 인력 육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업계대학의 경우 학과 구조개편이 자유로워진 90년대 중반부터 신입생 모집, 졸업생 진로 등의 문제로 인해 탈농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대학, 천안연암대학 등 몇몇 농업전문대학 외에는 농업계 학교를 통해 배출되는 영농인력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 3년(2005~2007)간 4년제 농과대학 전체에서 배출한 현장 영농인력 규모가 한국농업대학 1개 학교의 영농 진출자 규모 밖에 되지 않았다.

 

농업계 학교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교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 농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 농업계 학교 졸업생이 생산 농업 분야에 다 수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 농업계 학교에 더 이상 전통 분야 고수를 강요할 수는 없다. 농업계 학교를 통한 인력 육성 방향을 생산 농업에서 벗어나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 즉 생산 농업 전·후방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 투입재 및 경영 지원, 가공, 유통 분야에 필요한 전문 인력 육성으로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농업선진국으로 거론되는 네덜란드의 경쟁력은 농업인이 전 국민의 2~3% 밖에 되지 않지만, 7~8%의 전·후방 인력이 이들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7%의 영농인력을 채 1%도 되지 않는 전문 인력이 지원하고 있다. 현재 농업계 학교를 통해 영농 인력이 배출되지 않는 현실은 다르게 보면, 이미 농업계 학교가 현실적으로 인력구조 고도화에 맞게 교육목표를 전환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농인력 배출 기능 점차 약화

 

다만 농업계 학교가 전통적 생산 농업과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 중요한 역할로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알리고 국민들의 농업교양을 높이는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과 주민들이 농업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태도와 더불어 올바른 소비자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최근 점차 떨어지고 있는 도시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지지와 추가적 부담 의사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들이 잠재 농업 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생산 농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영농 중심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농림부가 2006년부터 농과대생 2~4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영농정착교육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전공수업 외에 성공농업인과의 만남, 농장인턴실습, 성공사례교육, 해외연수 등 현장 농업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상당수 학생이 농업도 해볼만하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비 농업분야 진로를 계획했던 학생 다수가 영농분야로 진로를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과 관련한 적절한 교육 경험을 제공한다면 보다 많은 농업계 학생이 농업분야에서 보다 큰 가능성을 발견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현재는 대다수 농과대생들이 BT, IT 중심의 교육으로 인해 생산 농업 분야로의 진로 경험 자체가 단절된 것이 문제다.

 

농업교육기관으로 역할 찾아야

 

시대 변화에 맞는 농업계 학교의 새로운 역할. 그것은 전·후방 농업 관련 산업 인력의 배출을 통해 생산 농업을 지원하는 고도화된 인력 배출 외에도 교양 농업교육기관으로서의 지역사회에서의 의미 회복, 영농 관련 특별 프로그램의 개설을 통해 학생들의 직업 선택 기회를 확대시켜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통적인 생산 농업과 멀어져가고 있는 농업계 학교들이, 본래 자신들이 해오던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관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가다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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