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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서비스 기준' 도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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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기고| 2008년 8월 19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모든 농촌 학교 광대역 통신망 연결' '24시간 내 1차 진료·전문의 서비스 보장' '농촌 75% 8분 내 구급차 도달'. 영국 농촌 서비스 기준(Rural Services Standard)의 일부이다. 영국은 농촌 문제의 특수성과 범정부적 대책 마련 필요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토대로 2000년 농촌 서비스 기준을 도입했다. 2007년부터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목표로 삼았던 농촌 서비스 기준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기에 그 제정 및 운영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한 상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범정부적 투자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도시나 선진국 농촌과 서비스 수준을 비교해 보면 아직도 부족하다.

 

가령, 도시에서는 전화 요청 10분 내외로 구급차가 도착하지만 농촌에서는 이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1,417개 읍·면 중 구급차 없는 읍·면이 절반을 넘는다. 먹는 물의 안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상수도 보급률 역시 도시는 98.1%에 달하지만 농촌은 63.4%에 그친다. 그나마 농촌 상수도는 광역상수도와 마을상수도로 구분돼 수질관리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같은 면적의 주택에 살아도 농촌의 난방비 부담은 도시의 3배 가깝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농촌의 인구 감소에 따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농촌에 대한 투자가 과다하다는 지적을 한다. 없어질 마을에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짓는다거나, 작은 시·군에 도시보다 훨씬 큰 문화시설을 지어 시설을 방치되는 경우들이 사례로 거론된다. 서비스가 아닌 '1시·군 1시설' 등과 같이 시설 중심의 투자는 분명히 비효율적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농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합의가 바로 농촌 서비스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농촌에서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적 서비스 항목과 목표 수준을 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필수적 서비스 항목이 무엇이고, 최소한의 달성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명문화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 우선순위는 주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주거·교통·교육·보건의료·응급·복지·문화여가·정보통신 등으로 간추려진다. 각 분야별 달성 목표를 '삶의 질 향상 특별법' 등에 명문화해 시행하도록 한다.

 

또 다양한 서비스 분야이니 만큼 범정부적 협력이 요구된다. 범정부적 협력체계를 구조화하되, 부처별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농촌에서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는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자면 영국의 서비스 기준 운영 경험에서 보듯이 주무부처의 권위가 보장돼야 하고 재정적 뒷받침이 연동돼야 한다.

 

농촌 지자체와 주민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도 있어야 한다. 우리 지역은 어떤 서비스가 부족한지 점검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자구적 프로그램도 발굴·운영해야 한다.

 

농촌 서비스 기준이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책의 성과 관리를 선진화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입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앞서 말한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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