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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농산물, 소비자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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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내일신문 | 2009년 8월 18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즈음은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사계절 구입할 수 있어 제철 농산물을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아이들에게 딸기가 언제 생산되는지 물으면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데요”라는 대답이다. 필자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노지 딸기는 현충일 전후가 피크여서 학교 뒤 푸른지대 딸기밭이 번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6월에 시장에서 딸기를 보기 어렵다. 가락동 도매시장에서도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다.

시설재배와 영농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산물의 출하가 빨라졌다. 게다가 계절이 정반대인 칠레산 과일이 수입되면서부터는 더욱 계절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면 또 수박철이 왔네,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벌써 포도철이네 하고 시간 가는 넋두리도 했는데, 이제는 점점 의미없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사시사철 언제나 먹고 싶은 과일을 즐길 수 있으니 과연 좋아진 것일까?

 

고에너지·고비용 농업 문제

 

제철 농산물이 사라진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조금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계절을 앞당겨 먹고 있는 셈인데, 여기에는 농업인의 애환이 감춰져 있다. 제철 농산물은 가격이 낮아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주산지마다 경쟁적으로 작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온실 설비비와 난방비가 만만치 않아 중도에 포기하는 산지가 많으면 끝까지 버틴 생산자는 큰 이익을 보게 되는 투기적 요소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노지에서 수확하던 포도나 복숭아까지 시설재배로 출하를 앞당기려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자연친화적인 과수원이 아니고, 말 못하는 나무들도 고생이 많겠다. 이렇듯 고에너지·고비용 농업으로 바뀌는 것이 농업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개방 시대에 우리 농산물의 가격경쟁력도 살려야 하는데 그에 역행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지나 생산자들도 과도한 조기출하에 의한 과당경쟁을 우려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풀 수가 없다. 내가 이익 좀 볼테니 남더러 양보하라고 하는 식인데, 산지조직이 결집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악순환을 막을 중재자가 필요하다.

 

제철 과일 소비 늘리자

 

실마리는 소비 쪽에서 나올 법하다. 통상 계절성이 강한 농산물은 출하가 시작되는 초반에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가 전국적으로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반전되어 하향 곡선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참외는 6월 중순부터 지금이 성출하기인데 가격은 3월초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 올해는 생산량이 많아 작년보다 벌써 값이 10% 이상 떨어졌다.

따라서 이즈음에 소비자들이 참외 소비를 좀 더 늘려준다면 가격 등락도 적어지고, 이런 관행이 쌓여 가면서 제철 농산물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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