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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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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다랭이논 보전대책, 3국 3색의 접근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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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9년 7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다랭이논은 산간지역에서 해안지역, 도서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비탈진 골짜기에 좁고 길고 작은 형상의 논이 층층으로 있다고 해서 다락논, 다랑이논, 다랑치라고 한다. 삿갓 밑에도 하나, 소가 두웠던 자리에도 하나 크기라고 해서 삿갓배미, 소배미라고도 한다.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모양도 다르다.

일본에서는 선반 형상을 상정하여 붕전(棚田), 중국에서는 사다리 모양이라고 해서 제전(梯田)이라 부른다. 밭농업이 서구 풍토에 적합한 농업이라면 논농업은 아시아몬순지역에 적합한 농업이다. 그 정점에 다랭이논이 있다. 동북아 3국에서 다랭이논의 존재는 공통이나 현상과 보전활동은 상이하다.

 

논농업은 아시아몬순지역에 적합한 농업형태

 

우리나라에서는 다랭이논의 일반적인 정의는 없다. 유사한 개념으로는 경사도 14% 이상의 농지가 일정비율 이상이면 조건불리지역으로 간주하고, 이 중에서 밭에 대해서만 직불제를 실시하여 농업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진흥지역 밖의 경사도가 15% 이상이거나 집단화된 농지규모가 2ha 미만인 농지는 한계농지로 정의하여 비농업용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경사도 20분의 1 이상의 사면에 있는 1ha 이상의 논을 다랭이논이라고 정량적으로 정의하고, 정성적으로는 형상에 관계없이 경사지에 등고선에 따라 만들어지고 바닥이 수평이면서 선반 형상의 논으로 정의한다. 전국에 걸처 산악지역이나 해안 및 도서지역에 분포하며 급경사지에 협소한 것이 특징이다. 515개 필지가 모여서 1ha의 규모인 지역도 있다. 지역에 따라 주로 석축으로 된 다랭이논도 많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정의는 없다. 비가 많은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규모나 높이·역사·문화 등의 면에서 한국이나 일본을 압도한다. 운남성 홍허하니(紅河哈尼) 지역에서는 1,300년전 해발 100미터에서 2,500미터까지 수 많은 산 전체를 등고선에 따라 다랭이논을 개간하여 오늘날까지 천수에 의존하여 쌀농업을 계속하고 있다. 소수 민족의 생존과 생활의 기초가 되어 지금까지 지역사회와 민족존속을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다랭이논에 대해 최근 새로운 가치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다랭이논은 농업생산 활동을 통하여 지역농업을 유지하고 식량자급력을 향상한다. 동시에 소규모 댐 역할을 하여 홍수를 방지하고 토양유실을 경감한다. 다랭이논은 송사리·개구리·사마귀·물방개 등 어류·양서류·곤충류 등의 서식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인공습지’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에서는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된다.

즉 다랭이논은 농업생산을 통하여 보전되는 동시에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경관을 형성하며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등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역사가 경과할수록 이러한 가치는 더욱 심화된다.

현실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협소하고 농로가 불량하여 경작조건이 불리하고, 습지가 많아서 농기계 이용에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다랭이논이다. 단수도 평지에 비해 떨어진다. 이러한 요인으로 휴경이 되고 유실되는 사례가 늘어난다. 중국은 예외지만 앞으로 고령화할수록 시장개방이 확대될수록 다랭이논의 유실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 부흥리에 ‘구들 논’이란 것이 있다. 논바닥에 온돌방의 구들과 같은 엷은 바위를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가급적 누수를 방지하고, 또 누수된 물은 아궁이 같은 곳에 모아서 다시 아랫쪽 논에 흘러가게 하고 있다. 천수를 이용하여 벼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쌀을 생산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의 결과로 생긴 것이다. 지역조건에 특화된 수리시스템이며 보전되어야 할 전통자원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사지에 위치하여 경작조건이 불리한 농지 중, 상당수가 유휴화하고, 유실매몰되어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농업생산 감소, 지역농업 붕괴, 식량자급률 하락, 국토·경관 훼손으로 연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한중일 3국이 다른 접근, 경작이 최선의 보전활동

 

다랭이논의 보전을 위한 활동은 한중일 3국이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규모나 역사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다랭이논에 적합한 다양한 벼 품종개발이나 다랭이쌀 브랜드화 등에 노력 중이다. 일본은 중산간직불제로서 경작을 지원하는 등 보전에 적극적이다. 다랭이논 오너제도, 도농교류, 지산지소 등을 활용하는 민간차원의 보전활동과 패션쇼와 이벤트 등 문화활동도 활발하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농업에서 포기해야 할 한계농지로 지정하여 비농업용으로 전용하는 노선이다.

경사지에 위치한 농지는 경작하지 않으면 논두렁이 무너지고 논이 유실된다. ‘경작’이 최선의 보전활동이다. 경작을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나는 간이경지정리 등으로 경작조건의 불리성을 개선하여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지지역과의 소득격차 등 경제적 불리성을 직불제로 경영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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