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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과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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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자재신문 기고 | 2009년  7월  2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녹색혁명(Green Evolution)은 우리가 두고두고 오랜 세월 사용해온 농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르는 용어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식량 부족은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후 베이비붐이 일어났고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좁은 땅덩어리 내에서 국민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식량의 생산증가가 필요했고 이를 가져오게 한 것이 바로 녹색혁명이다.

 

녹색혁명은 종래의 재래종과 달리 생산성의 획기적인 혁명을 가져온 품종을 개발한 사건이다. 많은 인류의 주식인 쌀과 밀의 신품종을 개발, 보급한 것이 중심내용이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중반이후 필리핀 미작연구소(IRRI)에서 개발한 기적의 볍씨를 보급하면서 저렴하고 풍부한 쌀의 공급이 가능해졌다. 기억에도 생생한 '통일벼'로 일컬어지는 생산성이 매우 높은 쌀 품종의 개발과 도입이 그것이다.

 

이러한 녹색혁명은 현재 문제시 되는 중요한 단점을 갖고 있다. 개발된 식량품종이 생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매우 많은 다량의 투입물을 필요로 하였다. 다비성(多肥性), 즉 비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품종이었으며 필요로 하는 비료는 화학비료로 조달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비성 품종은 각종 병해충에 약하게 되면서 자연히 농약의 사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물론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현대의 환경문제와 농산물의 안전성문제를 동시에 가져온 것이다.

 

녹색성장(Green Development (Growth))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미국 Alex Wilson 외 몇몇 학자들에 의해 1997년도에 출간된 'Green Development - Integrating Ecology and Real Estate-'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구체화된 형태로 녹색발전을 보고 있다. 미래세대를 배려한 이러한 개념은 생태적인 감수성(Ecological Sensitivity)과 경제적인 감성(Economic Sensibility)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고민을 우리에게 준다. 환경과 경제 사이의 조화를 고려한 '녹색성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용어로 구체화되고 있다.

 

같은 '녹색(Green)'이지만 다른 의미의 녹색

 

'저탄소 녹색성장'은 한마디로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반성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지금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해야하는 지구온난화, 생태환경의 파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나아가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해야 한다. 연료사용의 최소화(효율화),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 저감,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 등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심 과제가 된다. 이것은 단순히 농업의 범위를 넘어서는 국제적인 현재와 미래의 숙제인 셈이다.

 

녹색성장의 입장에서 보면 녹색혁명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두 가지 개념이 대립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말이다. 녹색혁명의 결과 식량의 자급도는 높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많이 주었고 화석연료에 의존적인 농업을 현실화해 왔기 때문이다. 다량의 비료와 농약, 농기계의 사용은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문제와 강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이는 분명 저탄소를 지향하는 녹색성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같은 '녹색(Green)'이지만 다른 의미의 녹색인 것이다.

 

이제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녹색의 대명사인 우리 농업은 어떤 모습으로 위치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야한다. 적어도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에너지 사용면에서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녹색혁명'의 수단과 방법은 버려야 한다. 식량증산을 위해서(현세대 문제) 모든 환경적인 문제(미래 세대의 부담)를 도외시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이제 또 다른 녹색성장의 근간이 포함된 '새로운 녹색혁명'을 꿈꿔야한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세계적 녹색성장의 물결 속에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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