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한식세계화의 추진 현황과 과제
4771
기고자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론 오피니언| 2009년 5월
이 계 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풍부한 식재료와 다양한 요리법을 활용하고, 수천 년 이상의 음식문화를 배경으로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한식은 육류보다 채소류와 어패류를 주로 사용하며, 튀기기보다 데치거나 찌고 삶는 등의 건강형 조리법이 이용되고, 발효식품이 중심이 된 자연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한식은 예로부터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사상이 배어 있는 건강·웰빙지향형 음식으로 반만년의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문화를 이루고 있다.

 

한식, 세계 식품소비 트렌드에 부합

 

한편 우리의 우수한 한식문화는 꽤나 오랫동안 잊혀져 온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으로는 일제식민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문화적으로 단절되었으며, 해방 후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동안 잊혀지거나 방치된 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경제성장 이후 '빨리빨리'의 문화적 홍수 속에서 패스트푸드를 중심으로 한 외국 식문화를 무절제하게 수용하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지닌 한국의 전통 식문화는 쇠퇴되어 왔다.

한식의 위상과 관심이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적 지위 향상, 한류열풍, 한일월드컵 등을 통해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진 2000년대 이후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한식이 균형잡힌 영양식으로서 건강, 맛 지향의 세계적인 식품소비 트렌드에 부합되는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4년 WHO에서 한식을 영양적으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선정하고, 미국 헬스(Health)지에서 2006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으로 선정하는 등 한식의 우수성이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뒤늦게나마 농식품부에서 2008년부터 '한식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식세계화 포럼'을 시작으로 지난달 4일 '한식세계화 추진단' 구성까지 범정부 차원에서 한식세계화 사업의 근간을 만들었다. 한식세계화가 '국민적 합의', '범 정부적 결집' 등을 이루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해 몇 가지 기본적인 논의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식세계화, 기본방향 논의 필요

 

첫째, 한식에 대한 정의가 분명치 않다. '한식'에 대한 정의는 어떤 법률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정부에서 한식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술적인 의미의 한식과 정책대상인 한식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즉, 정책대상 한식을 전통적인 식재료와 조리방법을 이용한 고유한 음식으로 한정할 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며, 대상품목 범위를 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라면, 김밥, 치킨 등 한국 고유의 음식은 아니지만 상당 기간 동안 한국화 된 메뉴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둘째, 한식세계화 추진전략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한식세계화 추진전략에는 다양한 홍보 전략과 브랜드 및 식당 수에 관한 정량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있지만 단계적인 추진에 대한 체계화된 로드맵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다소 상충되어 보이는 '표준화'와 '현지화', '퓨전화'와 '전통식 고수', '단품식'과 '고급 한정식' 등에 대한 논의가 수렴되고 로드맵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한식세계화 사업은 국내 외식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국내에서 한식 문화가 제자리를 찾고 경쟁력 있는 외식산업을 기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대내외적인 여건 변화 속에서 세계화에 치우쳐 추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한식당은 영세한 규모와 과다 경쟁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위생관리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한식의 위상 제고와 한식문화 홍보 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의 한식 상품성 제고를 위해 국내 한식문화와 한식당에 대한 위생과 품질 경쟁력 제고 정책 등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유명 호텔에 한식당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국내 외식산업 경제력 제고와 연계되어야

 

넷째, 대상 국가 소비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국가별 한식 마케팅 전략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일본과 중국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장진출 고려 시 한식의 맛·향·외관 등을 중시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장 진출 시 한식이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청소년들은 한국음식을 주로 집에서 소비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본시장에는 '상품개발'이, 중국시장은 '한식당 진출'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한식세계화 정책은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범 정부차원에서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지지를 얻어냈고, 다양한 의견들이 빠르게 수렴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모처럼 한식에 모아진 국민적 관심을 통해 한식세계화, 외식산업의 육성, 국가브랜드 제고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