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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일손부족과 공공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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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국민일보 기고| 2009년  5월 28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과거 농촌의 일손 부족은 초여름, 가을철 농번기에 한정된 문제였다. 하지만 쌀 위주의 농업에서 축산, 과일, 채소 위주의 농업으로 전환되고, 농업 생산기술과 관련 기자재 등이 함께 발달하면서 사계절이 농번기가 되어 버렸다. 그에 따라 농촌 일손 부족에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설 기계화, 현대화로 인해 노동 편의적인 작업 환경을 갖춘 대규모 농가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 갓 농사를 시작한 신규 취농가, 자금력의 한계로 재래식 농사 방식을 고수하는 영세 농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손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더 많이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 변화로 농한기 사라져

 

최근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도시 실업자에게 한시적으로 각 분야에 일자리를 만드는 각종 사업이 이러한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근로사업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농촌에서 일손이 부족하면 그나마 인근 도시의 인력시장에서 사람들을 구해 와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외환 위기 이후 실업자 또는 정기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의 생계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근로사업이 환경 정비, 사회적 서비스 위주로 전개되면서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심화되었다.

 

공공근로사업이 추진되면서 사람들이 농사일보다는 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공공근로에 더 관심을 가진 것이다. 땡볕에서 힘들게, 손발에 흙 묻혀가며, 땀 흘리며 일하는 농사일보다는 하루 8시간 동안 3만∼4만원의 일당을 받고 행정의 단순보조나 쓰레기 분리처리, 도로정비, 환경정비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농촌의 유휴인력까지 이런 사업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공근로사업에 더하여 행정안전부가 2009년 6월부터 새로이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희망근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업비 1조7000억원(국비 78%, 지방비 22%) 규모로 추진되는 희망근로사업은 올 12월까지 6개월 동안 저소득층에게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 83만원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취약 계층의 생계 지원과 근로 의욕 고취, 그리고 이들에 대한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여 신속한 소비를 유도하고, 직접적으로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는 재래시장 및 영세상점의 매출을 증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공근로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선례를 분석해 볼 때, 이 사업이 시작되면 농촌 일손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들이 충분한 논의나 검토 없이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공공근로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농촌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나아가 농촌의 전체적인 품삯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공근로 탄력적 운용 필요

 

현재 농가에서는 하루 5만∼10만원의 일당을 주고, 차로 출퇴근을 시키는 데도 일손을 구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들은 비 오는 날이나 공공근로자들이 쉬는 토·일요일에 맞춰 일손을 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자체에서는 농번기에 도시 사업장의 공공근로사업을 중지, 축소하여 공공근로사업으로 인한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공근로사업과 새로 시행되는 희망근로사업의 구체적인 사업 분야를 지자체에서 정할 수 있는 만큼, 역으로 이들을 농촌 개별농가에도 투입하여 그동안 농촌 인력의 역유출 문제를 제기해 왔던 농업인들의 불만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니 만큼, 농촌 일손 부족 문제 해결과 더불어 농가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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