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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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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빈집 문제, 정부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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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주인
KREI 논단| 2009년  5월  27일

성 주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오늘날 농촌이 처한 현실을 빈집 문제만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많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만 남은 마을에 새로 찾아드는 사람이라곤 없으니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을에 빈집이 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가 되거나 범죄에도 이용될 수 있다. 심리적인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버려진 빈집이 이웃에 자리잡고 있는데 주민들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애착과 자긍심을 느끼겠는가.

농촌 빈집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화로 이촌향도형 인구 이동이 대세가 되면서 농촌에는 빈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향을 등진 사람들 중에는 야반도주의 아픈 사연을 간직한 경우도 많았으며, 이들이 떠난 뒷자리에는 어김없이 빈집만 덩그렇게 남겨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 농촌 탈출은 주춤한 양상이지만, 이제 마을에 남은 노인들이 고인이 되고 나면 이들이 살던 주택도 상당수가 빈집으로 전락할 것이다.

빈집 증가가 해묵은 문제라는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움을 뜻한다.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마을에서 나서서 빈집을 간단히 철거해버릴 수는 없다. 겉보기에는 임자 없는 집이지만 빈집에도 엄연히 소유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돕고자 많은 시·군에서는 빈집을 허무는 데 드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을 빈집 철거 시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두드러지게 성과를 내기는 힘든 실정이다. 실제 소요 경비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지원금만으로는 빈집 소유주가 자진 철거하도록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거만을 해법으로 보지 않고 빈집을 활용하도록 시책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주택이란 사람의 손길과 온기가 묻어 있어야 온전히 형체를 유지하는 법이다. 그래서 무작정 허물기보다는 농어촌의 영세민이나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고쳐 쓰도록 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시책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소유주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많은 경우 소유주의 소재를 파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슬레이트 지붕의 노후 주택이 이슈화되면서 문제가 한층 복잡해졌다. 농촌 빈집의 상당수가 석면을 함유한 슬레이트 소재의 지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석면을 포함한 건축물들은 철거와 해체 시 더욱 주의를 요하며, 일정 규모를 넘을 경우 폐석면 지정폐기물로 관리 받는다. 결과적으로 빈집 철거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또한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진 마당에 도시민에게 빈집을 고쳐 살도록 장려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다. 농촌 빈집 대책은 이래저래 암초를 만난 셈이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여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빈집 정비를 지자체에만 맡긴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금년부터는 빈집 철거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고에서 지원받도록 개선되었다. 농식품부의 생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빈집 철거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또한 농가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지원하고자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공동으로 석면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전면적인 빈집 정비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빈집 정비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농촌의 빈집 실태부터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그동안에도 농촌 빈집 현황을 알려주는 자료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빈집의 총수를 집계하는 조사 자료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빈집의 위치, 건축 소재, 노후도, 소유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조사에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 그래야 빈집 유형별로 차별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2010년도에는 통계청이 주관하는 인구주택센서스가 실시된다. 이는 전국의 빈집 실태를 일제히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정책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자료를 얻도록 현행 주택총조사 항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조사 설계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빈집의 실태를 정확히 알고 나면 어떤 일에 어느 정도의 비용과 노력을 투입할 것인지 답을 찾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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