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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급식투자는 건강한 미래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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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신동헌
농민신문 기고| 2009년  5월  18일
신 동 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소장)

 

제주시에 위치한 아라중학교는 우리나라 친환경급식 선두학교로 일컬어지는 친환경급식 명문학교다.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제4회 친환경농업대상 친환경학교급식부문에서의 최우수학교 수상경력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2003년에 이미 '초록빛농장'이 만들어져 운영됐고 이게 발판이 되어 2004년 제주시 친환경급식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이때만 해도 제주도 내 친환경급식학교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2005년 지자체의 도움으로 전면적인 친환경학교급식이 시작되면서 제주도내 학교의 10%가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90%, 내년엔 모든 학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엔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친환경급식의 의미가 생소했던 시절이었고 학교에서조차도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친환경급식은 돈이 많이 든다는 예산에 대한 오해와 함께 조례 등 제도적 뒷받침도 전무했다. 이를 극복하게 된 계기는 학부모가 주축이 돼 2003년에 만들어진 학교 텃밭 '초록빛농장'이었다.

 

당시 학부모이자 학교운영위원이면서 친환경급식추진위원회를 제안했던 진희종씨는 이렇게 회상한다.

 

"학부모들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지요. 아파트에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또 어렵게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 농부들도 많이 봤고요. 도·농상생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지요."

 

지난달 아라중학교 친환경급식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차조밥에 북어포 무국, 미트볼 조림, 브로콜리 초고추장, 열무김치, 감귤주스 등이 점심메뉴였다. 열량은 832.7㎉. 이날 학생들은 차조밥과 일부 양념류를 제외하면 모두 신선한 제주산 친환경농산물 재료를 공급받았다.

 

신선한 재료 때문일까. 반찬 하나하나에는 모두 힘이 들어가 있는 듯했다. 또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어 치우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친환경급식에 대한 좋은 느낌을 더할 수 있게 됐다.

 

급식 현장을 돌면서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친환경급식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대 형성을 이룬 듯하다. 참여하겠다는 학교도 서서히 늘고 있다. 미미하긴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올해 89개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70%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항상 찜찜한 게 있다. 급식비 문제다. 아라중학교의 급식비는 2,280원으로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순수 급식비는 2,000원에도 채 못 미친다. 여타 학교도 비슷한 상황. 요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해볼 때 과연 이 비용으로 친환경급식이 가능할까 의구심마저 든다. 김지연 영양교사는 "아라중학교의 경우 친환경재료 비중이 61%인데 요즘 단가가 25% 정도 올라서 친환경재료로 맞추기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의무교육 차원의 국가 부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이스크림 하나의 가격도 1,500원이다. 김밥 한줄도 2,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2,280원이라는 급식비는 일반농산물 급식이라도 부족할 듯하다. 참고로 모 대기업의 구내식당 식비는 6,000원으로 본인과 회사가 반반씩 부담한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먹을거리는 어른 수준과 비슷하게(?)라도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국가·지자체·학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챙기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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