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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 대표 메뉴부터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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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지현
농민신문 시론| 2008년  4월 24일
최 지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한식 세계화와 관련한 정책이 발표되고, 국제 심포지엄 개최 및 시장조사 연구 용역 추진 등 한식 세계화가 농식품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한식 세계화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식품 산업을 미래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하면서 주요 시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한식 세계화는 우리의 우수한 음식(식품)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로 알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농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국가 경제에 기여하자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한식 세계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데 반해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 한국음식점 인증 사업, 판촉 사업, 메뉴의 표준화·현지화, 요리사 교육·양성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한식에 대한 자체 평가를 통해 한식(식품, 음식)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틈새 상품을 개발하는 등 한국 음식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구석구석을 휩쓸고 있는 스시·우동·샤브샤브 등 일본 음식과 중국의 다양한 음식 앞에서 우리나라의 한식은 어떠한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 음식은 격식을 갖춘 값비싼 음식으로, 중국 음식은 세계 어디서나 값싸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 음식은 맛과 향이 강하고 다양한 반찬과 화려한 색으로 승부함으로써 편안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미지를 띤다.

 

한식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우선 세계화할 대표 메뉴의 범위를 정하는 작업부터 추진해야 한다. 세계화가 가능하고 잠재력 있는 품목을 정해야 하는데, 해외시장에서 한식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표 메뉴가 정해지면 해당 메뉴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당 메뉴에 대한 표준화가 우선이냐 현지화가 우선이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한국 전통의 맛을 지닌 형태로 조리법(레시피)을 개발하여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조리법을 개발해 현지화해야 하다는 주장이 각각 제기되고 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표준화와 현지화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며 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다. 전통의 맛이든 현지 맞춤형이든 조리법의 표준화는 필요하며, 다채로운 조리법의 개발로 외국의 교민을 포함한 다양한 수요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김치의 경우 교민들이 즐기는 매운맛과 일본 사람이 선호하는 단맛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하게 표준화돼야 한다. 그러나 세계화를 위해서는 현지화에 더욱 비중을 두는 것이 합당하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김치의 냄새와 그 맛 때문에 세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불고기·갈비·비빔밥·삼계탕 등도 외국인들이 즐겨 먹는 한식이지만 철저하게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일랜드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한 사랑은 없다”고 했다. 한식 세계화에 앞서 사회적으로 우리 음식에 대한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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