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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로 전환하면 수입량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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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9년 03월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수급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쌀협상에서 관세화유예를 선택한 반대급부로 매년 일정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올해에 30만 7천 톤을 수입하고 매년 2만여 톤씩 늘어나 2014년에는 40만 8,700톤을 수입해야 한다. 관세화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에도 매년 40만 8,700톤을 수입해야 하므로 관세화유예의 비용이 적지 않다.

 

관세화 전환에 유리한 대외여건

 

대외여건을 고려해 관세화유예 기간 중에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세화로 전환하면 의무수입량은 그 시점의 물량으로 고정된다. 관세화로 전환하면 관세화유예를 지속하는 경우보다 수입량이 줄어들게 된다. 2014년 한 해에만 10만 1천 톤 이상의 수입량이 줄어들 수 있다.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에 두 가지 상반된 오해 혹은 입장이 대립한다. 국산쌀의 대외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으므로 생산자는 관세화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다. 누구라도 법에 정해진 관세만 부과하면 수입이 가능하므로, 수입량이 늘어나고 해당 산업이 위축되고 쌀농가 소득이 크게 하락할 것을 걱정한다. 한편 소비자는 양질의 쌀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대감이 있다.

2004년에 관세화유예를 하였던 시점과 현재의 대외여건이 판이하게 다르므로 관세화로 쌀시장을 개방하여도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수입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관세를 대폭 감축하여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시정접근 기회 확대를 표방하였던 DDA농업협상이 결렬되었다. DDA농업협상이 재개되어도 시장접근, 즉 관세 감축은 당초 우려하였던 수준보다 크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당시 국제 쌀가격이 2009년에 톤당 371달러, 2014년에 366달러를 가정하였다. 환율도 달러당 1,100~1,200원에서 매년 0.5%~1.0%씩 하락하는 것을 가정하였다. 하지만 최근 국제 쌀가격은 톤당 1,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상 이변의 영향으로 호주가 쌀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되었다. 미국의 중단립종 재고량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제 중단립종 쌀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당 환율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1,300원이 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하여도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상업적 측면의 쌀 수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해에서 비롯한 불안감

 

국산쌀의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관세화로 전환하면 쌀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작년에 판매된 밥쌀용 미국산과 중국산 1등품 도매가격이 각각 80kg당 12만 3,120원과 11만 8,960원에 형성되었다. 국산쌀 산지가격이 15만 원 정도이므로 수입쌀의 가격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이 수입쌀 가격은 국제가격에 저율관세 5%를 부과한 후 여러 가지 비용이 더해진 가격이다. 하지만 관세화 전환 후 국제 쌀가격에 부과할 관세상당치를 고려하면 수입쌀 국내 판매가격은 22만 5천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산 간 쌀가격 차이가 크므로 수입쌀 수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관세화로 전환 후 쌀가격이 하락할 수 있으므로 농가의 소득이 안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하여도 추가적인 수입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미약하다. 그리고 2004년에 도입된 쌀농가 소득보전직불제는 관세화유예를 하거나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하는 경우의 쌀가격 하락에 대응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쌀농가가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합리적 의사 결정 필요

 

관세화로 쌀시장을 개방하였을 경우 쌀 수출국이 수출정책을 강화하여 국내 쌀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관세화유예를 하다가 관세화로 쌀시장을 개방한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그러한 우려감은 기우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1999년과 2003년에 관세화로 전환하였지만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수입은 미미하다. 일본은 의무수입량 이외에 연간 200톤 정도의 쌀을 수입하고 있으나, 수입쌀은 태국식당 등 매우 특수한 용도로 사용된다. 대만에서도 매우 소량이 수입되고 있을 뿐이다. 관세화로 전환한다고 해서 특정 시장을 겨냥하여 수입이 늘어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의무수입량 이외에 상업적 측면의 쌀수입이 거의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 쌀가격에 관세상당치를 부과하면 수입쌀가격은 국내산 쌀가격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kg당 341엔의 종량세를 부과한 수입쌀 가격은 국내산보다 1.5~1.6배 정도가 높다. 대만도 수입쌀에 kg당 45대만달러를 부과한 수입쌀 가격은 국내산 가격보다 높다.

DDA협상의 결렬, 국제 쌀가격과 환율 급등 등의 대외여건, 우리나라에 앞서서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한 일본이나 대만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관세화 전환으로 오히려 쌀 수입량이 줄어들 수 있다. 관세화 전환이 정작 유리한지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막연하고 불확실한 요인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합리적 판단이 어려워 질 수 있다. 관세화 전환이 지연될수록 국가적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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