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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취농 활성화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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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오피니언| 2009년  3월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많은 이들이 농업 인구의 고령화, 승계자 확보 농가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우리 농업인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을 한다. 그러나 최근의 관련 통계치를 분석해 보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신규 취농자 일만명 규모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와 농업총조사를 분석해본 결과 아직도 매년 일만여 명에 이르는 인력이 신규로 영농 분야에 유입되고 있었다(통계표 제시). 우리나라 농촌의 마을이 36,000여개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농촌 마을에 3~4년에 한명 꼴로 새로이 농업 종사자가 생기는 것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이들 중 과반수는 앞으로 30여년 정도 영농에 종사할 여력이 있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라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수가 다시 늘고 있는데 농업 인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상당수 신규 취농자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농촌을 떠난다는 데 있다. 필자가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만난 한 귀농자에 의하면 IMF시절 해당 군내에 같이 귀농한 사람 중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1/3 수준이라고 한다. 정착에 실패한 사람들의 수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신규 취농과정에서 이들이 많은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신규 취농자들을 현장에서 상담하는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행 연구와 현장 사례 조사를 통해 필자가 신규 취농자들이 취농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정리한 결과 농지, 영농 시설, 운영자금과 같은 생산 자본, 생산 기술이나 경영 역량과 같은 전문성 요인,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와 관련한 시장 요인, 그리고 생산 자본 마련, 전문성 개발, 시장 개척 등과 인적 관계와 관련한 사회 네트워크 요인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장애요인 간에는 상호 인과관계가 있어 사회 네트워크 요인이 자본 요인, 전문성 요인, 시장 요인에 선행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각종 농지나 정책자금과 관련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마을의 이장, 농협 직원, 군청 직원 등과 같은 지역 유지 세력들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정책자금이나 농지와 같은 자본 관련 장애요인을 해소하기가 힘들다. 또한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과 같은 농촌의 각종 영농 생산자 조직에 가입하지 않고는 유통과 관련한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 혜택에 접근하기 어렵다.

 

사회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

 

생산 자본 관련 네트워크, 유통 관련 네트워크 조직은 농촌의 전문성 개발과 관련한 교육 또는 컨설팅 관련 정보처이자 서비스 제공 주체이기에 이들 조직과의 연계 없이는 전문성을 개발할 기회도 갖기 힘들다. 즉 농촌 지역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영농 관련 조직과의 연계가 없이는 신규 취농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농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러한 인적 관계가 아니라 시장 요인이나 자본 요인이다 보니, 신규 취농자들의 요구나 정부 정책의 초점은 문제 해결의 근원이 되는 사회 네트워크 요인이 아닌 자본이나 시장 요인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 개별적으로 경제적 자본, 전문성 개발기회, 시장 등에 접근한다면 소모적인 시행착오를 더 많이 겪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정착 실패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본, 전문성, 시장과 관련한 농촌 사회의 주요 인사와 원활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관련 농업 조직의 가입을 통해 활발히 활동한다면, 농촌 사회의 주요 인사나 조직이 이미 갖고 있는 농지 및 정책자금 등의 경제적 자본, 교육·훈련, 컨설팅, 학습 조직 활동 등의 전문성 개발 기회, 그리고 농산물 가격 정보 및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

 

단계적 취농 준비 유도

 

앞으로의 신규 취농자를 위한 지원 정책은 경제적, 생산적 자본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신규 취농자들이 농촌 지역사회의 다양한 영농 관련 조직 가입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다른 직업 분야의 취업과 달리 취농이라는 것은 규모의 크기를 떠나 독립적인 경영주(CEO)가 되는 것이기에 단순 기술 이외에도 경영에 대한 마인드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각종 투입재, 산출물에 대한 통합관리를 해야 하며, 판로를 해결해야 한다.

탐색·준비, 진입, 정착의 단계별로 차근차근히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다. 탐색·준비 단계에서 품목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기초 농업기술을 습득하고, 준비·진입 단계에서 품목별로 요구되는 구체적인 고급 농업기술을 습득하고, 준비·진입·정착단계에 걸쳐 경영역량을 기르고, 진입·정착단계에서 취농 지역 특성에 맞는 암묵지를 기존의 지식과 기술에 보완하고, 이러한 철저한 준비 하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확보되면, 그동안 소규모나 임대로 운영하던 농장 규모를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지원 정책 방향도 무조건적인 유입보다는 준비 없는 취농에 대한 경각심 주입과 더불어 이들이 취농이전에 취농하고자 하는 장소, 생산하고자 하는 품목을 시범적으로 경험해보고, 연습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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