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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개방시대의 농협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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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의식
한국일보 시론 | 2009년 1월 17일
황 의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협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농협의 구조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글로벌 개방화 시대에 대응해 우리 농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있어 농업부문의 경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겸영하는 종합 농협체제로 출발한지 50년 세월이 흘렀다. 농협은 그 사이 우리 농업의 발전과 농민의 이익 향상에 기여했으나, 글로벌 개방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협을 둘러싼 여러 여건이 크게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농협의 역할과 사업 방식은 글로벌 시대의 변화와 잘 어울리지 않게 됐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시급하게 됐다.

 

유통ㆍ가공 국제경쟁력 강화를

 

농협도 물론 그 동안 여러 측면에서 자체 변화를 이뤄왔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과거 개발시대의 종합농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시대적 여건의 변화에 대처하고 미래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농협의 틀을 만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 핵심 과제는 신용사업 중심의 사업체제에서 농산물 유통사업 중심체제로 전환하는 구조 개혁이다.

 

농협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단순히 조합원 농가를 보조ㆍ 지원하는 역할을 벗어나, 사업을 활성화하여 거기서 얻은 이익을 농가에 제공하는 역할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또 소유자인 조합장이 농협을 직접 경영하여야 올바른 경영 방향이 설정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중앙회 사업과 회원조합 사업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가장 경쟁력 있고 농가에 이익이 되는 체제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제까지 농협이 친근하게 여겨온 것들을 바꾸어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이다. 그만큼 농협이 이제까지 써온 그릇과 틀은 시대 여건과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농협 개혁은 낡은 그릇과 틀을 버리고 새로운 그릇과 틀을 만드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은 글로벌 개방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개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런 중대한 과제를 앞둔 마당에 지금의 이해관계를 유지하면서 농협 개혁의 방향을 찾는 것은 이내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에 가장 바람직한 농협의 틀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여야 할 때이다.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협개혁, 그 이상의 개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용사업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탈피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 유통ㆍ가공 사업을 잘 하는 농협이 되어야 한다. 농가에 필요하기 때문에 수행하는 소극적인 경제사업이 아니라, 우리 농업 발전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하는 적극적인 사업이 되어야 한다. 농협을 통해 우리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협의 유통사업이 신용사업 지원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협동조합 유통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여야 한다. 이로써 우리 농업의 활로가 마련될 것이다.

 

상호금융은 지역 공동자산으로

 

농협 중앙회의 신용ㆍ경제사업 분리를 추진하면서 특히 노력해야 할 것은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이다. 농협의 상호금융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상호금융이 지역사회 발전을 유도하는 지역금융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여야 한다.

 

또 소규모 조합들이 같은 업무 구역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호금융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상호금융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협동조합 금융과 같은 형태로 하나가 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권역별로 통합하여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서 지역의 공동 자산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권역별로 서로 분리된 상호금융이지만 전국적으로 하나의 금융기관처럼 행동하는 일체화된 틀을 구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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