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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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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계열업체와 농가의 상생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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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명기
KREI 논단| 2008년 12월 15일
이 명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최근 A계열업체의 양돈산업 진출이 축산업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18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은 계열화사업이 사육농가들을 단순 위탁농으로 전락시켰으며 사육계약서가 사육농가들 입장에서 매우 불공정하게 작성되었다는 등 강도 높은 지적을 하였다.

 

이에 대해 A업체는 사육농가 600호 중 96%가 계열화사업에 만족하고 있으며, 이들 농가의 평균 소득이 8천 5백만 원에 달하고 있다는 등 계열화 사업이 양계농가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육농가는 현실성과 공정성이 부족한 조사에 근거한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하였다. 특히 사육농가들은 사육농가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사육계약서와 사육농가들에게 지급하는 사육수수료를 정산하는 상대평가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가공·유통업체와 생산농가 간의 계열화 사업은 농장의 규모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기술개발과 시설현대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 생산농가의 판매 노력 절약, 거래비용 감소, 공급체계 관리에 따른 유통마진 감소, 생산 위험의 분배 등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계열업체와 사육농가 간의 갈등이 심한 것은 이러한 계열화사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로의 협력과 제도적·공공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계열업체와 사육농가 간의 관계가 일방적이 아닌 협력적인 구도로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의 계열업체는 소수이고, 소규모 사육농가는 다수라는 사실 하나만보더라도 협력적 관계 형성이 근본적으로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업체와 농가간의 자율적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및 법률의 마련, 계약과 관련된 공공성을 띠는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는 과일·채소류를 중심으로 표준거래계약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이를 축산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소규모 농산물 생산자는 자본력이 큰 소수의 식품가공업체 또는 소비지 유통업체와의 계약 체결 시 거래교섭력이 약하여 불공정 조항 및 계약불이행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시설에 대한 자본 투자비용이 큰 축산부문의 경우 불공정 조항 및 계약불이행에 따른 위험이 다른 농산물 분야에 비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농산물과 달리 많은 물량을 처리해줄 수 있는 도매시장의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계열화업체와의 거래 이외에는 판매처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 기준이 될 수 있는 표준거래계약서를 개발하고, 그 이용을 촉진할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불공정 거래의 가능성을 사전에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거래교섭력을 가진 사육농가에게 다양한 정보 및 컨설팅을 제공하여 농가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양계산업도 계열업체와 사육농가 간 계약과 관련하여 많은 분쟁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 그리고 주정부 차원에서 불공정한 계약 체결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농무부 홈페이지에서는 축산물 생산·판매 계약 등과 관련하여 연방 정부, 주정부, 대학교, 협회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생산자가 계약과 관련된 다양한 사항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계약을 통한 거래의 장단점, 계약 시 생산자가 고려해야 할 규정, 공정한 계약의 특성, 계약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슈 등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오와주 법무부는 생산 계약 시 사육농가가 고려해야 할 '점검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 중요한 사항을 살펴보면, '어떠한 시설이 요구되는가?', '생산물 인도는 누구의 책임인가?', '계약 당사자 중 누가 사료 및 동물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가?', '누가 축산분뇨 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가?' 등이다. 이 외에도 각종 정보에 대한 기록 및 관리, 보험, 담보권, 계약 파기와 관련된 점검 사항들을 제공한다.

 

축산업계의 계열화사업은 그간 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앞으로 갈등은 줄이고 업체와 사육농가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계열업체와 사육농가 간의 자율적인 협력과 함께 제도 및 법률의 마련, 농가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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