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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발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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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선진농업시리즈④ | 2008년 11월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발전전략 제시

 

영국의 농업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식품산업까지 포함하면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인다. 2007년 영국의 경지면적은 목초지를 제외하면 440만ha이며, 포함하면 1,736만ha로 넓은 편이다. 농업부문 생산액이 36조원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을 보면 토지생산성은 훨씬 낮은 편이다. 농식품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3조원에 달해 수입의존도가 우리나라처럼 높다.

한편 식품산업부문까지 포함한 농식품 전체의 부가가치는 약 177.6조원으로 전체 경제의 6.9%를 점하고, 고용인원이 365만명이나 되어 전산업 비중이 13.8%에 달한다. 그 외에도 농식품 부문은 산업에너지 소비량의 14%, 수자원 소비량과 폐기물 배출량의 10%, 대형차량 수송거리의 25%, 이산화탄소 배출량 700만톤 등을 차지하여 환경 및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여 오늘날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가적 어젠다로 정한 저탄소 녹색성장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국 정부도 2005년 3월에 발간한 국가전략 「Securing the future」에서 지속가능성 목표로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대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하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 일환으로 영국 환경·식품·농촌개발부는 2006년에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발전전략’을 제시하였다. 이 전략에서는 영국 내 농식품 산업의 위치를 고려하여 핵심 영역과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 지표를 제시하였다.

 

푸드마일은 농식품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동거리의 총합

 

농식품의 생산·가공·유통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효과를 발생시켜 사회 후생을 감소시킨다. 예를 들어, 과거에 비해 수송 거리가 크게 늘어나면 수송비용과 혼잡비용이 상승하고 교통사고와 소음공해도 증가한다. 이러한 경제적 비용 외에도 농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식품안전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생산에서 가공, 유통,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계측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푸드 마일(food miles)’은 농식품이 생산-가공-도소매-소비자 단계에서 이동하는 거리의 총합을 의미한다. 농식품 수입이나 국내 유통거리가 늘어나면 식품 마일리지가 증가하고, 이는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컬푸드운동에 폭넓은 국민지지

 

영국정부의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발전전략’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전 과정에서 수자원 이용 효율성을 높여 2020년까지 사용량을 10~15% 줄이기로 하였다. 둘째, 수송부문을 개선하여 수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효과를 2012년까지 20% 줄이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차량 개선, 소비지에서 생산지까지 되돌아가는 공차회송(back-hauling) 등 하드웨어적인 수단과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이동거리 최적화, 재고관리를 통한 수송빈도 최적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수송부문 개선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최대 4.8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국내 포장지침 도입, 재활용 증진, 제품·포장 디자인 개발 등으로 2010년까지 농식품 부문의 폐기물 배출량을 15~20% 저감하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국산 농식품 소비 증대와 지역 클러스터 활성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저탄소 식품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연료에 대해 리터당 20펜스의 감세 조치를 실시하고, ‘수송용 재생연료 의무제’를 도입하는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수단들은 동시에 환경부하를 감축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다른 하나의 움직임은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다. 환경·식품·농촌개발부, 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이 운동의 중요한 목적은 식품 마일을 감소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영국 소비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2006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로컬푸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80%,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다는 응답이 88%, 지역 생산자·농업인에게 기여한다는 응답이 96%로 나타났다.

 

영국의 푸드마일리지 정책은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유럽연합의 상호준수의무나 미국의 2008 식품·보전·에너지법 등의 사례는 농식품부문이 반영해야 할 또 하나의 기능과 의무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발전 전략’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강한 농식품’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경쟁력 외에도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지와 성과 역시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한 영국의 정책적 대응이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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