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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수출농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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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 2008년 8월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오렌지 수출업체인 선키스트(Sunkist) 협동조합, 뉴질랜드 키위 마케팅보드(Marketing Board)의 자회사인 제스프리(Zespri), 이스라엘 정부에서 만든 전문수출업체 아그렉스코(Agrexco), 네덜란드 원예협동조합 그리너리(Greenery)의 유통자회사, 덴마크의 양돈협동조합의 수출회사인 데니쉬 크라운(Danish Crown)은 세계적인 수출농기업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농기업으로 성공하게 된 요인이 무엇인지 추론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세계적인 수출농기업의 성공요인

 

우선 이들 수출농기업의 주인은 생산농민이다. 선키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의 6,000여 오렌지 생산농가 조합이며, 제스프리는 주식회사 형태의 영농법인으로 주주가 2,500여 키위 생산농가이다. 아그렉스코는 설립 초기인 1962년에 정부에서 100% 출자하여 수출전문기관으로 출발하였지만, 1994년에 절반의 지분을 생산자조직과 소매조직에 배분하여 생산자를 위해 조직되었으며, 이익금을 모두 생산자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그리너리는 1,300여 생산자 조합원들이 주인이며, 데니쉬 크라운 역시 25,000명의 양돈농가들이 주인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생산에서 가공과 유통, 수출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소유관계와 상호계약관계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특히 협동조합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유통과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농민 소유의 수직적 통합이 이루어져 가공분야, 수출분야와 생산자들이 상호 계약에 의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품질통제를 받는다. 선키스트는 생산자들이 면적과 품종을 선택하나 수확시기와 수확 후 처리방법은 계약에 의해 패킹하우스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판매와 수출은 연합회에서 전담한다. 제스프리는 농가와 선과장, 수출업체 간 협약에 의해 강하게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아그렉스코는 생산농민과 생산자단체의 패킹하우스 간 계약에 따라 물량을 공급한다.그리너리와 데니쉬 크라운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화와 공동계산제가 열쇠

 

세 번째 공통점은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로 유통수출기업들의 전문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협동조합 연합회장이나 조합장이 수출기업의 이사장으로 조합원들의 대표권을 가지나 기업의 경영은 별도의 경영자를 두어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네 번째 공통점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철저한 품질관리시스템의 구축이다. 선키스트, 제스프리, 그리너리의 회사명 브랜드, 아그렉스코의 카멜(Carmel), 데니쉬 크라운의 데니쉬(Danish)는 세계적인 브랜드이다. 이들의 품질관리시스템은 철저하다. 선키스트는 연합회에 별도의 품질관리실을 설치하고 12명의 품질관리원들이 있어 60개 패킹하우스에 대해 순회 품질관리지도를 하고, 도매시장에 검사원을 배치하고 있다. 개별 패킹하우스 브랜드를 선키스트 브랜드와 병기하여 품질관리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제스프리시스템(Zespri System)이라 하여 농약 안전성과 품질관리, 생산이력관리가 가능한 품질보증시스템이 철저히 이뤄진다. 그리너리도 일관성 있는 품질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데니쉬 크라운은 이력추적시스템을 비롯해 철저히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산농민들은 철저한 공동계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선키스트는 패킹하우스와 생산자가 전량 수탁계약을 맺고 패킹하우스에서 전문수확단이 수확하여 선별포장 후 연합회에 판매를 맡긴다. 패킹하우스는 농가와 주, 월 또는 시즌 단위로 공동계산을 하는데 연합회 본부에서 패킹하우스의 대금지불을 보증하고 있다. 아그렉스코도 생산농가에서 농산물을 위탁받아 수출하고 2주 이내에 생산농가와 공동계산을 한다.

 

경쟁력 있는 품목 수출업체 육성해야

 

수출농기업의 성공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생산농민에서부터 협동조합과 수출기업에 이르는 수직적 통합이 큰 뼈대를 이루고, 농민의 주인의식과 철저한 계약 이행에 따른 수출물량의 안정적 공급이 기반이 되며, 전문화된 상품화와 품질관리체계, 브랜드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5년 내 농림수산식품 수출 100억불 달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수출농업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달성은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수입원료를 가공한 가공품을 수출업체가 해외에 얼마나 많이 팔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현재의 37억불을 3배로 늘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별 수출품목의 수출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선키스트 오렌지, 제스프리 키위, 데니쉬 크라운의 돈육제품 같이 경쟁력 있는 품목들을 선별하여 품목별 대표 수출업체를 집중 육성해 세계적 브랜드, 세계적 수출농기업으로 만드는 방안도 있다. 생산농민들과 생산자조직들이 출자하여 수출액 10억불의 선키스트와 7억불의 제스프리 같은 수출농기업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파프리카, 화훼, 배, 김치와 같은 품목에 대해 수직적 통합의 틀과 농민조직화의 기반을 다지고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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