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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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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자재신문 기고| 2008-08-18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현대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 가운데 하나는 건강한 몸을 갖고 오래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럼 건강한 몸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우리의 몸을 유지시켜주는 섭생이 건강해야하며, 당연히 먹고 마시는 것이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해야 한다. 먹고 마시는 것을 누가 제공하는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가. 아니다. 이 땅의 농부들이 한 여름의 무더위조차 잊고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의 땀 방울이 우리의 건강과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

 

◆예방이 최선이고 사후 치유는 차선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면 수많은 농자재를 사용한다. 농산물이 안전하려면 이러한 농자 재가 안전해야 한다. 친환경농산물을 아무리 외쳐도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적합한 농자재가 없거나, 있어도 사용을 잘못하면 우리가 바라는 건강한 농산물을 얻을 수 없다. 결국 농자재를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는데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더 이상한 것은 건강한 삶의 키를 쥔 농사꾼과 자재생산자들의 땀은 싸구려이고 잘못된 섭생으로 인한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땀은 최고수준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예방이 최선이고 사후 치유는 차선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다. 병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려 는 노력과 조건을 중시하지 않고 병의 치료에만 매달리고 있다. 건강한 섭생에서 근본적으로 중요 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나 보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들을 그냥 사다가 먹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는 우리 국민을 충분히 먹여 살릴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사다 먹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외국에서 사다먹는 것이 건강에 해로운 것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여기에서 우리 이웃에게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싱싱하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다면 우리 농토에서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도록 도와야하는 것은 아닌가.

 

◆농업과 농자재산업에 갈채 보내야

 

현대인들이 병을 얻게 되는 원인은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지 못한 섭생이라 믿는다. 선진국일수록 건강한 섭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상승하면서 이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한 섭생을 가능하게 하는 농업과 농자재산업에 대한 관심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무병장수의 기초 보다 병든 몸의 치유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 안타깝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고 난 후에 약을 짓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경구이다.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연관 지어 보면, 정녕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현대인이라면 우리 농업과 농자재산업, 이들이 합작하여 만들어 내는 건강하고 깨끗한 먹을거리에 갈채를 보내야한다는 의미이다. 건강차원에서 그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격려, 지원해야 하며 그들의 땀방울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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