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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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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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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자재신문 기고| 2008-07-18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온 나라가 소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된 국민과 청 와대, 엄밀히 보자면 대통령과의 소통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수많은 국민들이 나서고 있다. 어린 아이에서 가정주부까지, 이제는 우리나라 4대 종교 단체까 지 나서서 국민의 뜻을 헤아려줄 것을 청와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청와 대의 답은 그들이 요구하는 것과 사뭇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사안으로 대통령은 두 번 에 걸쳐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뼈저린 뉘우침을 바탕으로 소통을 원활히 하여 국민들 의 걱정을 없애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소통 되지 않고 있다는 증좌이다.

 

▶ ‘소통’ 오해와 갈등이 사라졌다는 것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疏通)이란 뭔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서로 뜻 이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세 가지 소통의 기본적인 요소 를 볼 수 있다. 첫째 소통에는 최소한 두 사람이나 조직 등이 관계된다는 것이다. 혼자만 의 사안에 대해서 혼자 소통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는 서로가 당면한 상 황이나 문제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서로 제기하고 있는, 혹은 문제라고 여기 는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그러한 사실과 상황을 분별해서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으로는 이러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나 사안에 대한 오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결국‘소통했다’라는 것은 소통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며, 어떤 형태로든 해결의 방법이 제시되었고 이것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사 라졌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소통은 필요하다. 그러나 항상 이상적인 수준에서 완전한 소통이 필 요하고 그래야만 사회에 유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근대사에서 상반된 예를 찾 아보자. 먼저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예이다. 알다시피 1970년 7월 7일 한 더위가 지속되 던 그 날 우리는 역사적인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소식을 들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 해 첫 삽을 뜨던 1968년 2월, 당시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고속도로의 건설에 국민 모두가 찬성할 리 없었다. 야당에서도 반대의견을 내 놓았다. 그러나 지금, 경부고속도로의 유용성과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폄하하는 사 람은 거의 거의 없다.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경부고속도로의 건설과 반대의 경우가 있다. 오랜 고통 속에 찾은 민주화는 위와 반대 의 상황이다. 학생들과 사회인들이 정부의 반민주화 결정과 정책에 목숨을 걸고 저항하 였다. 도저히 단순한 의견제시 만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길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민주화된 사회 에서 살고 있다. 정부의 결정에 맞섰던 사람들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두 가지 사례의 자세한 경위는 차치하고, 앞의 경우는 정부의 판단이 뒤의 경우는 정부 와 맞선 이들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차이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많은, 정확한 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를 보는 눈이 누가, 얼마나 정확했는가라고 여긴다.

 

▶ ‘믿음과 신뢰’소통의 출발이자 결과

과거 개발이 미천한 시기. 세계의 흐름에 대한 각종 정보와 논리를 일부 사회 지도자와 국가 조직만이 가지고 있던 시절. 그 시절, 그들에게는 보 다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았다. 민주사회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에 한정해서 볼 때, 입안한 정 책에 대한 평가가 좋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경제와 사 회, 문화의 전반적인 발전으로 인해 강력했던 정부의 정 보력, 논리력, 예지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분야별 전 문화가 강화되면서 각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힘이 정부 못지않게 강해진다. 국가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모아서 정 책연구기관을 만들어 활용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 분을 커버하기는 어렵다.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야만 정책의 오류가능성이 감소하게 되는 배경이다. 지금이 그 러한 상황이 아닌가 여겨진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국민들이 주장하는 바가 반드시 옳 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국민들의 주장이 강하면 왜 그 런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부에서는 되씹어 봐야한다.

 

재고해 봐도 국민들의 생각에 잘못이 있다고 여긴다면 진 솔하게 상의를 해야 한다. 설득해야한다. 그럼에도 진솔 과 설득조차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면 대다수 국민들의 의 견을 모아야 한다. 적어도 100%의 확신이 없다면 그래야 한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행동준칙이 아니던가.

 

패트릭 렌시오니 가 집필한‘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 The five temptations of a CEO’에서 의미있는 행동지침을 볼 수 있다. 조직의 리더로서 유의해야 할 것 이 많겠지만 그 가운데 자신이 내린 결정이 언제나 옳다고 확신하려는 유혹, 그리고 직원들이 자신의 결정에 반대하 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유혹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경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믿음과 신뢰가 있는 사회, 이것이 소통의 출발이자 결과가 아닐는지. 지금은 1960년대 무지의 시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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