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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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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쌀농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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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업인신문 기고| 2008년 6월 23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6년 말부터 옥수수, 대두, 밀 국제가격이 3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지난해까지 안정적이던 쌀 가격도 금년 들어 급등하면서 장립종 쌀(인디카 쌀) 값이 지난 1월 톤당 387달러에서 4개월만에 1천100달러로 3.8배나 치솟았다.

 

최근의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과거 못지않은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과거 수차례의 식량파동은 자연재해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되었지만, 최근의 국제곡물가격 급등은 중국, 일본 등 신흥경제국들의 식용 및 사료용 곡물 수요 증가와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급증 등 수요측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데서 비롯되어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년 들어 중국에서 폭설, 대지진, 폭우로 인명 피해뿐 아니라 곡창지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미국에서도 중부의 폭우, 서부의 가뭄으로 옥수수, 콩 생산이 줄어들고 미얀마 사이클론, 인도 몬순 피해 등 쌀을 비롯한 곡물의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되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곡물 상황은 2개월치의 여유도 안 되는 15%의 재고율을 보이고 있다. 재고율 25% 정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수년 동안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매년 1%인 2천1백만 톤씩 재고가 추가로 쌓인다 해도 10년은 지나야 재고율이 25%가 된다.

 

최근의 식량파동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세계적인 곡물 재고율은 15%밖에 안 되고 수요 증가를 초과하여 재고율을 높일 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쌀을 제외한 곡물의 95%, 즉 매년 1천400만 톤의 곡물을 수입하여 식품 원료와 축산사료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향후 수년 동안 높은 곡물가격의 부담을 이겨내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다.

 

둘째, 이번의 곡물파동은 장기적인 특징이 있어 앞으로 세계적인 식량 불안은 수출국들의 식량 무기화, 수입국들의 식량 확보, 빈곤국들의 식량기근 심화, 그리고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 이상을 좌지우지하는 카길 등 곡물메이저들의 농간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항상 불안정한 입장에서 만성적인 물가 불안정을 겪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히 쌀값 폭등은 과거 두 차례의 경험과 함께 주식인 쌀의 자급률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1980년과 1993년 두 번의 냉해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250만 톤, 230만 톤의 쌀을 수입하게 되자 국제 쌀값이 순식간에 거의 세배나 뛰었다. 이번의 쌀값 폭등은 과거보다 쌀의 부족량이 낮은데도 가격이 4배 가까이 폭등한 것은 세계 쌀 시장이 다른 곡물보다도 심하게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추론해 보건데 세계 쌀 교역량은 생산량의 7% 밖에 되지 않고,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교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쌀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어 대량으로 수입할 때는 국제 쌀값이 요동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쌀은 의무수입량 4.6%를 제외하고 거의 자급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쌀 수입비중이 20%~30%로 해외의존도가 높다면 지금 같은 국제 쌀값 폭등은 고스란히 국내로 전가되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은 1988년부터 수입국으로 전환되어 2007년 자급률이 87%로 하락하면서 쌀 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졌고, 최근에는 소요 사태까지 발생하고 폭동진압용 군 병력을 투입하는 상황까지 되었다.

 

식량문제는 심할 경우 전쟁보다도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해 어수선한 상황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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