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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에서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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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수석
KREI 논단 | 2008-05-15
 김 수 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재 우리 사회는 쇠고기 광우병 문제로 들끓고 있다. 아직 광우병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이 병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사회적 의제를 형성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는 여러 유럽국가에서 광우병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 당시 대규모로 광우병이 발생한 영국뿐 아니라, EU 국가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사회적 영향을 주어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영국과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농림부의 명칭을 소비자 보호 및 식품안전·농업부 등으로 변경하였고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농림부의 최대과업으로 설정하였다. 특히 독일은 농업의 정책적 목표를 경쟁력 강화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변경하여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의는 발병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는 별도로 농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사회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부과되는 농업 및 농촌의 역할과 관련이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농업이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역할은 산업화 시대인 1960~70년대에 산업부문의 저임금을 뒷받침하는 저농산물가격정책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저임금노동자를 배출하는 풀(pool)로 기능해 왔다. 한마디로 농업부문의 희생 하에 한국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국내 농업이 저농산물가격정책의 동력을 잃고 외국농산물의 수입이 더 경제적이라고 알려짐에 따라 우리 농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국가재정상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되었다. 순수한 경제적 논리에 입각할 경우, 국내 농업을 포기하고 외국농산물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인 것처럼 인식될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농업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발견은 바람직한 사회발전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원칙적으로 한 사회가 건전한 형태로 발전하고 재생산되려면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정 역할들을 누군가 수행해야 하는데, 농업부문은 그 가운데 환경을 보전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며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까지 외부효과로 간주되어 왔던 이 역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며, 패러다임의 완성은 농업이 이러한 사회적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게 될 때 이루어진다. 농민은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형태로 농업 활동에 종사하여 수행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보수를 받고, 일반 국민은 그들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제공받으며 아름다운 경관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는 대가로 농업을 지원하는 패러다임이 바로 그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하에서 농업에 대한 지원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농업이 행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대가이며, 농민들이 받는 보수는 낮은 소득에 대한 보전이 아니라 자신이 수행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된다. 이러한 새 패러다임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농업을 진정한 환경농업, 국민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생명산업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촉발된 사회적 담론이 2000년대 초 유럽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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