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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 수입 재개… 농가·정부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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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오세익
농민신문 | 2008년 05월 14일
오 세 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4월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 이유야 어떻든 축산농가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는 소 키우는 일이 직업이요, 소득원이다. 그런데 이것이 위협받고 위축되는데 억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최근 사료값이 급등해 가뜩이나 어려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민적인 이해와 공감대 부족, 협상타결 시점, 수입 위생조건의 후퇴라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남의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냉철하게 생각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히 한우시장은 수입육과 차별화돼 있어 잘만 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우선 투매를 자제하되 송아지 입식은 쇠고기시장의 추이를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2001년 쇠고기시장 개방 시 암소의 도축 증가로 한우가격이 폭락했던 뼈아픈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우가격은 쇠고기 수입량보다는 한우 공급량이 좌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쇠고기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1인당 연간 소비량 7.5㎏이 10㎏으로 늘어나면 우리나라 전체로는 12만t의 소비량이 증가한다. 한우 30만마리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냉정히 분석하고 행동하면 산지 소값은 단기적으로 11~14% 떨어지나 투매에 나선다면 한우 생산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다. 너무 실망한 나머지 투매에 나설 일이 아니다.

 

다음은 고급육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쇠고기의 1등급 이상 출현율은 평균 50.6%지만, 거세우는 71.3%다. 하지만 도축되는 수소 중 거세우의 비중은 60%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거세우 비중이 100%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거세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단기 조기 출하를 자제하고 암소의 1등급 이상 출현율을 제고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에서 해야 할 일도 많다. 가장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대책은 시장 차별화다. 원산지표시제를 도·소매점은 물론 일반식당·가공품까지 확대하고 전국적이면서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해야 한다. 위반업소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벌금 몇푼 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유통체계의 효율화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소매가격이 도매가격의 2~3배 되는 유통구조 아래서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공급할 수 없다.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유통마진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농가를 조직화해 생산 - 가공 - 유통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품질 고급화를 위한 대책도 중요하다. 한우인증제 및 생산이력제를 시행해 소비자가 국산 한우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거세장려금 지급, 고급육 생산기술 보급 등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생산비 절감을 위한 송아지 생산안정제도의 현실화, 청보리 생산 지원, 분뇨 처리시설 지원 등과 같은 대책도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이번 한·미 쇠고기협상은 우리 농업에 큰 시련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우리 축산업도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농협·축산농가·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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