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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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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교양을 함양시킬 최소한의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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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KREI 논단| 2008년 04월 21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매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결과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점은 농업인 뿐만 아니라 도시민 대다수가 식량안보를 위해 국가가 최대한 농업을 보호해야 하며, 농업·농촌은 보전해야할 다원적 가치가 있다고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업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적고, 자녀들이 농업을 직업으로 택하는 것은 반대하며, 농촌은 교육·문화 여건이 열악하고 생활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여 정착하여 살고 싶지는 않은 곳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그동안의 농업·농촌 관련 정책과 사업 그리고 농업·농촌 관계자들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잃어버린 10년’ 등으로 대변된다. 과거 10여 년간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농정의 실패 그리고 농업 관련자들의 무사안일 또는 도덕적 해이로 인해 여전히 농촌은 너무 불편하여 살고 싶지 않은 곳이고, 농업은 아직도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아 시장 개방에 걸림돌이 되는 산업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계하지 않은 공공의 농업·농촌에 대한 판단은 우호적이지만, 자신과 관계된 사적인 농업·농촌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농업·농촌에 대한 공적인 판단이 사적인 행동의 규범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그동안의 우리 농업 성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중요한 원인은 국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지식 기반의 취약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돕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보니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인식의 많은 부분이 텔레비전 드라마나 언론의 보도에 비쳐진 부분적 이미지나 부정확한 감성적 자료에 근거하여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농식품 관련 사건·사고를 둘러싼 세태들이다. 친환경 농산물과 관련한 사건, 김치 파동 등 각종 농축산물이나 식품 관련 국내외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불합리한 정보에 따른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해당 식품의 소비가 위축되고, 더 나아가 관련 농업분야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심한 타격을 받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농업·농촌 그리고 식품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려는 시도가 정부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교실에서의 농업(Agriculture in the Classroom: AITC)’과 일본의 ‘식육(食育)’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은 산업화와 함께 20세기 중반에 농가수가 급감하면서 더불어 학교 교과에서 다루는 농업 내용이 줄어들면서 교사들도 농업을 하나의 직업 교과로만 다루게 되었다. 또한 자라나는 학생들을 포함한 대다수 미국 도시민들이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 농업, 환경, 식품 등에 대한 무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에 농업이 환경, 식품 등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그동안 농업관련 기업이나 민간단체를 주축으로 산발적으로 있어왔던 각종 대국민 농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즉 농업교양(Agricultural Literacy) 개선 활동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직화한 것이 AITC이다. 미국 농업부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단계까지의 학생들에게 농업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농업 및 자연자원에 대한 교양을 증진시키고자 1981년부터 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주는 AITC를 위한 주단위 지원조직을 갖추고 초, 중, 고교 교사들에게 농업과 관련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교안과 각종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관련 전문성을 개발하는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20세기 후반부터 국민,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비만 및 각종 생활 습관병 증가, 전통적 식사 문화의 부재에 따른 각종 사회 범죄의 증가, 식품 안전 관련 사고의 빈번한 발생 등의 사회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국민 식생활 안전과 식량, 농업, 농촌, 국민의 영양 및 건강 문제의 해결을 모색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전문가, 정치가들이 중심이 되어 식육을 국민운동으로 추진하였다.

 

일본 정부는 2005년 6월 성립된 식육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5년 주기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식품안전위원회,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농림수산성 등의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및 민간단체 차원의 식육 추진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농림수산성은 일반인의 체험활동으로 매일 식생활이 자연의 은혜로 성립되며, 많은 사람의 수고로 유지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의 농업대학교를 중심으로 농림어촌에서의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문무과학성과 함께 작물의 농사와 수확 등 견학,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농업·농촌에 대한 홍보 또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정책과 사업은 있을지언정, 농업·농촌 그리고 식품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는 체계적 노력은 아직 없다. 농업과 관련한 시민단체, 품목 단체, 농림수산식품부 및 공공기관들이 연합하여 농업·농촌 그리고 식품에 대하여 국민이 최소한 무엇을 꼭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마련과 더불어 학교 및 사회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감성이나 이미지가 아닌 정확한 지식과 정보에 근거하여 농업·농촌 그리고 식품에 대한 국민 인식과 태도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체계적인 교육 및 체험활동을 통해 국민의 농업·농촌 그리고 식품에 대한 교양 수준이 보다 제고된다면 국민 개개인, 농촌 지역사회, 국가적 차원의 여러 이익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 신선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그동안의 우리 농업의 성과가 보다 제대로 평가될 것이고, 더불어 농업·농촌 그리고 식품 정책 및 관련 투자 행위에 대한 대국민 지지가 보다 확고해질 것이다.

 

농업·농촌과 관련한 체험 활동의 깊이가 보다 깊어지고 내용이 다양해짐으로써 국민 여가생활의 수준이 향상되고 더불어 농촌의 활력 증진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합리적 식품 소비가 촉진되어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업에 긍정적 태도를 가진 잠재적 농업 인력의 증가로 신규 농업인력 확보가 보다 수월해지고, 도시민의 농촌 유입이 많아지고, 또한 그동안 무지와 오해로 인해 이들이 농촌에 정착할 때 발생했던 주민과의 갈등이 보다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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