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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아닌 브랜드를 수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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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창곤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8-04-14
전 창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제 우리 농업이 생존 차원을 넘어 성장의 신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수입농산물에 대한 소극적인 방어보다는 수출을 통한 적극적인 공격이 핵심전략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수출은 단순히 국내 수급불균형의 결과로 남아도는 일부 농산물을 외국시장에 팔아 국내가격을 지지하고 안정시킨다는 의미를 넘어 궁극적으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항구적이고 새로운 시장을 확대한다는데 보다 큰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수출의 핵심은 수출대상국 소비자들이 수출농산물에 대해 단순한 상품 이상의 가치에 바탕을 둔 신뢰와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로부터 믿음·가치 나와

 

우리 수출농산물에 대한 가치와 믿음은 상품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파프리카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는 우리 수출 파프리카의 브랜드(예: 휘모리 등)를 구매하는 것이다. 일본 소비자가 그냥 하나의 파프리카 그 자체만을 구매한다면  파프리카 그 자체는 소비자에게 인지도는 물론 충성도를 구축하지 못하며, 가치가 실현되지 못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수퍼마켓에서 일반적인 오렌지쥬스 한 병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썬키스 오렌지쥬스’ 한 병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 때 소비자들은 단순히 한 병의 오렌지쥬스에 믿음과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썬키스트’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인식하고 ‘내가 바라는 바로 그 쥬스다’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농산물의 수출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유지되고, 우리 농산물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와 믿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냥 농산물이 아닌 차별화된 브랜드를 수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 수출농산물에 대한 수출대상국 소비자들의 믿음과 가치가 있는 한 일정 수요와 가격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대상국의 수급변동 등 여건변화에 따른 수출의 불안정성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치와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고객 충성도가 확보된 수출농산물 브랜드는 고정적이고 일정한 수요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시장보다 오히려 안정된 판매시장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브랜드 자체가 곧 수출상품이 되는 것이다.

 

수출 대상국 소비자 관점서 접근

 

그러면 ‘무엇이 수출농산물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가?’ 또는 ‘어떻게 수출농산물의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한 답은 수출농산물의 브랜드 개발과 관리에서 철저하게 ‘고객에 기초한 브랜드가치(CBBE)`체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객 중심의 브랜드가치 체계는 수출브랜드를 철저하게 수출대상국의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며, 기본적으로 수출브랜드의 힘과 가치는 수출대상국 소비자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소비자들이 우리의 수출브랜드에 대해 경험하고 알게 되는 것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철저히 고객에 기초한 우수 수출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브랜드 개발, 철저하고 엄격한 브랜드 관리가 필수적이다. 먼저 성공적인 브랜드 개발에서는 수출브랜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또는 수출대상국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수출브랜드 이미지와 연상은 무엇이며, 시장에서 어떠한 위상으로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우리 농산물 수출브랜드에 대한 이미지(연상)와 감성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상품품질, 편의성, 안전성, 신뢰성 등을 포함한 시장성과의 판단요소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된다. 다음으로 브랜드 관리의 경우 수출농산물의 목표시장 선정, 목표시장에 맞는 상품화 및 가격전략, 그리고 유통채널 및 커뮤니케이션(프로모션 등) 전략이 필요하다.    

 

체계·조직적 국가브랜드 육성을

 

이 같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수출브랜드의 구축과 관리만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수출대상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우리 수출농산물에 대한 구매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가치와 믿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수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된다. 믿음과 가치는 하루아침에 마음속에 심어지는 것이 아니고 무수한 경험의 결과로 축적되어 확립되는 것이다. 또한 무수하게 난립된 이름뿐인 브랜드가 아니라 체계적·조직적으로 구축된 국가브랜드의 육성도 시급한 실정이다.

 

시인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에서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아름다운 구절이 있다. 다시 말해서 그냥 하나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한 농산물에 대해 ‘브랜드’라는 이름을 붙여줄 때 비로소 수출농산물 생산자에게도 수출대상국의 소비자에게도 비로소 하나의 가치와 의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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