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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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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농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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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의식
KREI 논단| 2008년 3월 18일
황 의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해 충남지역에서 친환경농산물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새로운 농협을 설립하기 위한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그 과정에서 설립하려고 하는 ‘친환경농산물 농업협동조합(가칭)’은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으로 인정하여주지 않는다는 민원도 제기하였다. 농협중앙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 회원으로 인정하여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모순이  나타난 것이다. 농협처럼 농가를 위한 경제사업, 유통사업을 담당하면서도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이 아닌 새로운 농협으로 만들면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농협 조직구조와 운영방식으로 우리 농업이 필요로 하는 협동조합의 역할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농협의 출현을 기대하여야 할 것이다.

 

농협은 여러 가지 한계로 협동조합 경영원칙에서 벗어난 점이 많다. 특히 신용사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조합원이 요구하는 사업을 수행하면 된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비효율적 사업이라도 조합원이 필요로 하면 추진하고, 그에 따른 손실은 다른 사업에서 충당하거나 중앙회 지원으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사업적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지원․보조의 관점에서 사업을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는 올바른 경제사업을 수행할 수 없고, 농협의 역할은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여건변화에 대응하여 적합한 유통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운영원칙에 충실한 농업협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은 농가가 사업참여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결성한 하나의 기업이다. 농가가 결합하여 사업을 규모화, 전문화하고, 농업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고자 한 것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얻은 수익은 농가가 기여한 비율 즉, 사업참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 협동조합의 본래 모습이다. 농가의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여 누가 누구를 보조․지원하는 것도 없고, 오직 사업참여를 통해서만 이익이 제공된다. 이런 농업협동조합만이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협동조합 운영원칙을 잘 적용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것이 더 좋고 바람직한 농협이다. 농협법상의 현재 농협만이 농업협동조합이라 할 수는 없다. 농협법 이외의 조직도 농협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일부 영농조합법인과 같이 개인소유로 변한 영농조합법인을 농협으로 볼 수는 없다. 진정한 협동조합 운영원칙을 적용한 농산물 유통사업 협동조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새로운 농협이 출현할 수 없는 여건이다. 농협이라는 명칭은 현재의 농협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새로 결성하고자 하는 협동조합이 있어도 농협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농협은 농민이 결성한 조합이라는 이미지를 가져다주므로 농협이라는 이름이 필요하다. 또 새로 농협을 만들면 기존 농협과 불공정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현재 농협은 중앙회 지원 등으로 적자가 난 사업도 지속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농협이 출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농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고, 그러한 농협을 지도육성하고, 자금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도 구축하여야 한다. 미국의 CoBank와 같이 경제사업만 담당하는 농업협동조합에 대출을 담당하는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용고 배당에 대한 과세면제 등의 기존 농협과 동등한 세제기반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바른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농가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농협이 요구된다. 미국의 신세대협동조합과 같은 혁신적인 유통사업을 담당할 수 있는 농협이 요구된다. 그러한 조직은 현 농협 내부에 있으면서 협동조합 내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일 수도 있고, 전업농가가 중심이 된 새로운 농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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