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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생명력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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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창곤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8-03-10
전 창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산물 국제무역의 자유화와 세계 농산물시장의 통합화로 상징되는 우리 농업환경의 절박한 현실에서 이제 농산물의 브랜드화 추진이나 명품브랜드 만들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농산물 브랜드화는 이미 오늘날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최고 브랜드’ 착각 그만

 

현재 우수브랜드 만들기는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 제고와 활로모색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2006년 말 우리나라 농산물 브랜드 수는 6552개나 되어 과히 브랜드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 수많은 브랜드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불행하게도 우리 농산물의 소비자가 원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생산자(조직)만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최고의 브랜드’일 뿐이다. 즉, ‘우리도 이제 우리만의 최고 브랜드(?)가 있으니, 다른 농산물과 차별화되어 높은 값에 잘 팔리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차원의 이름이나 포장박스 뿐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냉혹한 시장에서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고객이나 소비자는 그 이름조차 알 지 못하고, 설령 그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거나 그 포장박스를 본 기억이 있어도 그 상품을 선뜻 사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왜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진정한 브랜드가 아닌 것을 스스로 최고의 브랜드로 인식하여 위안을 삼으려고 하는 자기최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생명이 없는 죽은 브랜드를 안고 ‘이것이 최고의 브랜드다’ 라고 최면을 걸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든 생산자(조직)가 항상 내뱉는 푸념은 “브랜드를 만들고 포장개선을 하면 잘 팔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 같이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학자나 정부가 말하는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이 거짓말이거나 생산자를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니가”라는 것이다.

 

정책당국 역시 그 동안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브랜드 만들기를 지원하고, 성공적인 브랜드화 추진을 위한 유통시설 설치 등 하부구조 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화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브랜드 개발·이용주체나 관련 담당자들은 이제부터 우수브랜드를 만드는데 비용이나 노력을 투자하는 것보다 만들어진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도록 하는 연구나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유발시킨다. 하나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농산물브랜드가 생명력이 있는 ‘우수브랜드’인가 이며, 다른 하나는 기존의 농산물 브랜드가 모두 ‘우수브랜드’라면 왜 차별화가 되지 않고 잘 팔리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 마디로 기존의 브랜드가 진정한 의미의 ‘우수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와의 끈끈한 매개체 돼야

 

브랜드는 농산물의 생산자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소비자나 고객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브랜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브랜드에 생명이 없으면 죽은 브랜드로서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라고 할 수 없다. 생명이 없는 브랜드는 만들자마자 곧 죽어버리기 때문에 브랜드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죽은 브랜드를 만드는데 소요된 비용과 노력만큼 헛된 고생을 한 것과 같다. 그리고 브랜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의미 있게 그리고 끈끈하게 연결시키는 매개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력이 없는 브랜드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브랜드의 가치와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은 먼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무엇인가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인식해야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품질의 상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상징적·연상적·감성적·무형적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지 그들의 마음속에 특정 브랜드에 대한 연상이 있고, 감성을 느껴야 된다. 그래서 소비자는 어떤 상품에 대한 필요와 욕구를 느끼면 그 브랜드가 1순위로 마음속에 떠올라야 되고, 특정 상품을 보면 그 브랜드가 맨 먼저 회상되어야 된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의 생명이 지속되는 것이며, 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브랜드의 전 생애에 걸쳐 가장 중요한 입장은 철저하게 고객 지향적이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는데 과학적이면서 전사적이어야 된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만 브랜드를 생각하면 죽은 브랜드가 되기 쉽다. 시장을 생각하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기업 경영적 입장에서 철저하게 브랜드가 관리되어야 된다. 브랜드는 탄생부터 생애를 마치고 새로운 브랜드(브랜드 확장의 개념)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관학적이면서도 시장·고객 지향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마케팅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된다.

 

시장·고객 지향적 마인드 가져야

 

삼국지에서 “죽은 제갈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놀라게 한다)”라는 고사가 있다. 촉나라 유비의 군사(軍師)인 제갈공명이 죽었어도 제갈공명이 가지는 그 무엇이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조조의 지략가인 살아 있는 사마중달을 놀라게 하여 물리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갈공명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 있는 ‘그 무엇’이 바로 브랜드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는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고객이나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으며, 생산자가 원하는 브랜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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