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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 계속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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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창곤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8-02-11
전 창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농산물 도매유통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래자 쌍방 간의 시장교섭력의 불균형에 따른 거래의 불공정성, 복잡하고 다단계적인 유통구조에 기인한 과다한 유통비용과 고비용 구조의 유통체계, 가격형성의 비공개성과 기준가격의 부재, 유통정보 수집·이용의 제한성과 폐쇄성 등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1985년 가락동 도매시장이 공영으로 최초로 개장되고, 기타 도시에 중앙 및 지방 공영도매시장이 속속 개장되면서 1990년대 이후에는 전국적인 공영 도매시장망 구축을 통하여 공개적이고 효율적인 유통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공영도매시장은 상적기능, 물류기능, 정보관련 기능, 수급조절 기능 등 매우 중요한 역할뿐만 아니라 전체 농산물 유통의 선행·선도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섣부른 도매시장 존립 무용론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유통시장 개방화를 포함한 내외부적 농산물 유통환경의 변화에 직면함으로써 도매시장의 이용자뿐만 아니라 심지어 관련 정책 담당자나 일반 국민들까지도 농산물 도매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도매시장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시각은 한 때 극단적으로 도매시장 기능과 존립가치의 무용론까지 담론의 대상이 되었던 경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역시 일부 사람들은 농산물 도매시장에 대해 여전히 이 같은 인식과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매시장의 장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별 도매시장별로는 차이가 있으나, 많은 생산자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영세·분산·개별적인 산지 유통환경 하에서 농산물 대량유통에 가장 효율적인 유통기구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급속한 도매시장의 기능 및 경쟁력 저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도매시장은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중계시장으로서 대량유통과 신속한 분산 및 적정가격 형성의 이점을 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영세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질적·양적 수급격차를 조정하고 공정한 경쟁을 선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논란 불구 중요성 여전

 

농산물 도매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이 여전히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 유통에서 도매시장 기능의 절대적 중요성과 함께 도매시장의 중요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산지와 소비지 유통환경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실은 경제구조가 고도화된 유럽이나 미국 또는 일본과 같은 농산물 유통의 선진국에도 여전히 도매시장이 존재하고 일정 부분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현실을 직시하면 농산물 도매시장의 발전과 존립을 위한 기초조건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도매시장의 기능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농산물 도매시장이 경제발전과 도매시장을 둘러싼 유통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고 대응하면 존립가치가 있고, 만약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응이 미약하면 언제든지 존재가치가 없는 유통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도매시장이 나름대로 존립가치를 확고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져야 된다. 하나는 도매시장이 효율적인 유통기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면 물류비용을 포함한 전체 유통비용이 증가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획기적인 도매시장 내 물류체계 개선으로 가능해 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매시장 내 하역체계 개선, 필요시설의 확충, 운영제도 및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 등이 요구된다.

 

물류 개선·경쟁체제 도입해야

 

다른 하나는 기존의 도매시장 기능이 경쟁적 유통기구와 동등한 경쟁조건이 되도록 도매시장의 기능에 제한을 두지 말고 공개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도매시장이 거래 중심의 전통적 기능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물류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소비지 유통기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초조건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도매시장이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하된 공익시설이라는 관점에서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에서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 단지 경제 및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한 참여주체의 적응과 대응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하나의 유통기구가 발전하면 상대적 유통기구가 탈락되는 것이 아니고 같이 동반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주체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모든 유통기구에 동등한 경쟁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유통체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여전히 도매시장은 발전해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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