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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에너지와 식량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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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KREI 논단| 2008년 1월 28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쟁 중이다. 피부로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만 오랫동안 에너지의 확보문제를 둘러싼 싸움과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중동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석유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석유가 1세기를 넘기 전에 고갈된다는 전망도 있다. 나라 간에 치열한 에너지 쟁탈전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에너지의 확보는 비단 선진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발전하려는 후진국의 절박감이 더 클지도 모른다.

 

세계 에너지 전망은 한마디로 어두움 그 자체이다. 올해 들어서 두바이산 원유가격이 배럴당 92.29달러까지 치솟아 우려를 자아냈다. 다행스럽게 이제는 81달러선으로 물러섰지만 폭등의 잠재력은 상존한다. 2007년 1월 최고가격이 60.78달러였으니 작년 1월의 가격과 비교하면 무려 50% 이상이 오른 것이다. 여기에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OPEC의 생산감축, 세계적인 정정 불안 등이 겹칠 경우 원유가격이 110달러까지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비 에너지의 약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3%를 약간 웃도는 정도의 에너지만을 국내에서 수력과 화력 등으로 충당한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화석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이를 경계하여 직접 유전개발에 참여하기도 하고, 국제적인 공조를 유지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자체의 자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에너지의 자급도를 올린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기울이고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벗어나면서도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려는 노력인데, 이것은 다름 아닌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다.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지열,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의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가 바로 화석연료의 고갈과 가격의 폭등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세계적인 관심과 우려를 한꺼번에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에너지의 개발이다. 그런데 이 바이오에너지원이 바로 농산물이다. 농업에서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선․후진국 모두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격이다.

 

이제 농업을 식량과 섬유만을 생산하는 산업으로만 보지 않으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업으로도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바이오에너지의 원료인 바이오매스를 농업에서 공급하기 때문이다. 옥수수, 밀, 사탕수수 등은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원료이며 종유나 채유의 원료인 각종 유지작물과 채유작물이 농업이라는 산업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바이오에너지의 특징으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농림수산관련 부서가 중심이 되어 바이오에너지 개발과 이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이 시작되면서 바이오에너지의 주요 원료인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몇 가지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의 증가”라는 지적이 있다. 해당작물을 재배하는 면적을 늘리지 않는 한, 그리고 획기적인 생산과 가공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한 이것은 예견된 상황이다. 농산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느냐 혹은 식량으로 사용하느냐하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부적인 화석연료의 가격이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농산물의 에너지 생산으로의 이동이 많아지고 이것은 식량부족과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제 에너지문제는 식량문제와 강하게 연계되어 가고 있다.

 

국제 곡물공급 부족과 가격폭등에 대비한 여러 나라들의 대응이 예사롭지 않다. 식량으로서 혹은 에너지 원료로서 곡물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곡물수출을 억제하고 나섰고, 수출세도 부과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에서는 농지전용에 무거운 세금을 메긴다고 한다. 인도에서도 쌀과 밀의 수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태국정부에서는 팜오일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자국의 오일가격 안정과 바이오디젤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이다.

 

지금 세계는 농업을 중심으로 식량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두 분야 모두 취약한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대응의 기로에 서 있다. 기니, 모리타, 멕시코, 모로코, 예멘,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식량폭동이 있었다는 보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울러 미국과 EU 등의 나라에서 추진하는 강력한 바이오에너지 정책의 결과는 어떻게 우리 사회에 문제를 던져줄지. 근본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자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에너지와 식량파동은 일시에 올 수 있고 그로 인한 국가경제파급영향은 짐작이 어렵다. 어떻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느냐,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중대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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