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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곡물 확보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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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명환
경향신문 시론| 2008-01-10
성 명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연초부터 식품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에 따른 여파이다. 국내·외 농업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곡물 재고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곡물 수급 상황이 다시 악화되었고, 앞으로도 수급 불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식량위기를 겪은 이후 세계 각국은 식량증산에 노력하여 90년대 초반까지 생산량이 안정적으로 늘어났고 곡물 재고율도 높아졌다. 그러나 94년 말부터 곡물 재고가 감소되고 95, 96년도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정체된 반면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곡물 재고율이 86년 36%에서 2007년에는 15%로 하락해 지난 20년간 매년 1%씩 감소했다.

 

이러한 불안정한 수급 여건 하에서 2006년 이상기후로 호주의 밀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밀 가격 상승이 세계 곡물가격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국제 밀 가격의 상승에 이어서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가 늘어나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또 다시 대두 가격이 잇따라 상승했다. 이러한 곡물가격의 연쇄적인 상승은 늘어난 바이오 원료용 곡물 수요가 본래 용도인 식량이나 사료와의 경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 옥수수 재배 면적 수요가 늘어나고 토지가격 상승으로 옥수수 생산비가 상승한다. 이로 인해 옥수수 가격이 상승한다. 반면 다른 곡물의 경우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생산량이 감소하여 가격이 상승한다. 그 예가 미국의 옥수수 가격 상승이다. 가격이 상승하자 콩을 재배하던 생산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옥수수 생산을 늘렸다. 즉, 콩 경작지가 옥수수 경작지로 바뀐 것이다. 다음해 콩 생산량이 줄어들어 콩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곡물간 균형이 유지되지 않는 한 곡물가격은 연쇄적으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제 곡물가격은 6~7년을 주기로 급등락을 반복했다. 과거 곡물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주로 흉작과 같은 공급 부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각 국가의 증산 노력에 의해 가격안정이 비교적 단기에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가격 폭등은 바이오 연료 붐 등 곡물 수요 증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곡물 생산 증가가 대폭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높은 가격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곡물 수요가 항구적으로 늘어난 반면,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생산 증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식품, 축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전체, 더 나아가 우리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고 있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최근 중국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새해 첫날부터 곡물에 대한 수출관세 부과 및 수출 쿼터제를 시행하여 곡물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곡물의 최대 수입국으로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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