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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 체험 기회를 제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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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기고| 2007-12-17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0월 제2회 전원생활엑스포가 경기 안산에서 개최됐다. 4일의 행사기간 동안 1만4,000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도시민의 전원생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곳에 전시관을 설치해 놓고 있는 건설업체에 따르면 올해의 전원주택 건설 수주액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고, 내년도 사업 물량도 이미 확보했다고 한다. 전원생활을 소개하는 잡지들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농촌에도 도시민 이주자가 사는 것으로 보이는 주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도시민의 전원지향 추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5~6년 후에는 사회적인 트랜드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1955~63년 출생자는 70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이들은 지금의 은퇴세대와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노후를 풍요롭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며 거주지 이동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열망은 그동안의 여러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도시민이 막상 농촌생활을 하려고 했을 때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돈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조성한 지 5년 된 강원 원주의 어떤 전원마을은 가구당 토지 매입비 5,000만원과 건축비 1억5,000만원 등 2억원 가까이를 투자했다고 한다. 평범한 도시의 샐러리맨들에게 2억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편리한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농촌의 불편한 의료 서비스와 시장보기 등도 여러모로 불편하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만만찮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은퇴자들은 텃밭 가꾸기 외에는 농촌에서의 취미생활이 별로 없다고 한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종교활동 등에서 이뤄지는 소모임을 통해서이고 일반 주민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민의 농촌행은 지연되고, 결국은 꿈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어렵사리 농촌에 이주해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다.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는 당사자에게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일생의 중대 결정이다.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기회비용이 만만찮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공공 차원에서 제공해줬으면 한다. 많은 사람에게 1년 혹은 2년 정도의 농촌생활을 미리 체험시켜 은퇴 후 농촌행을 돕자는 것이다. 큰 돈을 들이지 않는 방안으로 지자체가 나서 자기 지역에 산재해 있는 빈집을 수리해서 희망하는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임대형 전원주택단지나 체재형 주말농원을 조성해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중앙정부가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런 만큼 은퇴 후 어떻게 생을 보낼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많은 도시민이 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공공이 나서서 도와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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