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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농업부문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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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7년 11월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과 관련된 원자재인 석유, 곡물 가격이 금년 들어 급상승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에너지 원자재인 철광과 비철금속, 화학 원자재인 나프타와 에틸렌 등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 곡물 등 모든 원자재 가격 급등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를 중심으로 석유가격이 11월 26일 현재 배럴당 90불로 연초에 비해 약 40불이나 급등하였다. 곡물가격도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년 9월 옥수수 가격은 작년 9월에 비해 64% 상승한 132불이었으며, 대두와 밀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74%, 77% 상승했다.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미국의 석유재고가 줄어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제한적 증산, 달러화 약세, 미국 금리인하 등의 영향으로 투기자금의 실물시장 유입, 구소련 등 비OPEC의 증산 여력 한계, 이란 등 산유국의 정세 불안 등이 그 요인이다. 이로 인해 배럴당 유가가 현재의 연평균 65불에서 2008년도에 최소한 75불, 심할 경우 100불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단적으로 1, 2차 오일쇼크처럼 산유국들의 석유공급중단 사태가 발생한다면 단기간에 최고 130불 수준까지 폭등할 수도 있다.

 

석유가격이 더 상승할 경우 거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미시적으로 휘발유 소비가 줄고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자동차, 광열비)이 늘어날 것이다. 농촌에서 석유류는 각종 농기계의 연료 뿐만 아니라 가정용 기름보일러 연료로도 많이 쓰인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온실 보일러와 축사 보일러용 연료로 많이 사용한다.

 

필자가 지난해 유가상승이 시설원예농가의 경영비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설작물 10a당 경영비에서 영농광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6%로 나타났다. 국제원유 가격이 80달러로 상승할 경우 경영비가 2004년에 비해 27% 증가하고 소득이 22% 감소할 것으로 계측되었다. 이 분석 결과를 원유가 100불과 130불이라고 가정하면, 100불로 상승할 경우 경영비는 40% 오르고 소득은 31% 감소하였다. 130불까지 오를 경우 경영비는 58% 상승하고 소득은 45% 감소하였다.

 

유가급등이 결국 소비자 부담 초래

 

겨울철에 난방유 가격이 급등하면 많은 시설농가들은 난방유를 적게 사용하는 농사를 짓거나 아예 난방이 필요없는 농사를 짓게 될 것이다. 이는 시설채소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은 특히 옥수수 등 곡물을 사료로 하는 양돈, 비육우, 양계 산업의 경영비 상승과 소득 하락을 초래한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인 곡물 소비 증가와 생산 불안정으로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곡물의 국제가격은 2006년 후반부터 급등하고 있다. 특히 곡물 재고율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미국, 유럽, 브라질 등에서 바이오연료용 곡물 사용이 확대되어 곡류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유가 상승에 따른 곡물 수입선박의 해상운임 상승과 복합 작용하여 사료곡물 수입가격의 상승을 가져온다. 이는 축산농가의 경영비를 높이고 소득의 저하를 초래하여 국내 축산업 및 축산농가의 피해를 급격히 가중시킬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여 시설농사와 축산에서는 에너지 절감형 시설을 설치하고 현재의 시설을 개조하여 유류 사용을 줄이는 시설 작형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 기회에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난방시설을 도입하는 농림사업을 추진하길 제안한다.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위해 농업용 면세유의 안정적인 공급기반도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외 안정공급시스템 구축 필요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대응하여 사료업계와 축산업계,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의존적인 곡물의 안정적인 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료곡물시장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가격, 사료곡물 가격, 축산물 가격, 국제유가 등이 상호 연동되어 동반상승하여 국제곡물 및 축산업에 불안정성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국제곡물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수년 동안 국제곡물가격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물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미국,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입선도 다변화하여 국제가격 변동에 대응한 완충비축용 곡물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의 논과 유휴지에 곡물 재배를 유도하여 자급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 휴폐경된 한계지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일본에서 생산조정 대상 논에 사료용 곡물을 주로 심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일본과 같이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에 토지를 구입 또는 임대하여 곡물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안정적인 곡물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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