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7-11-05
	전 창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산물 국제무역의 자유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추세 하에서 국제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출증대가 농업성장과 농가소득 증대 전략에서 핵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수출 지향적 농업전략 추진은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방어 전략에서 적극적인 공격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거대한 시장개방화의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출 지향적 농업 생존 또는 성장전략은 WTO 체제 이후 세계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추세다.

수출농산물 브랜드화 아쉬워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상태에서 농산물 수출이 농업성장의 핵심적인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의미가 단순히 외국시장에 내보낸다는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농업성장 전략으로서의 수출의 진정한 의미는 차별화된 수출 농산물이 수입업자나 수출대상국 소비자에게 깊이 인지될 뿐만 아니라 우리 농산물 소비에 대한 만족과 신뢰로 연결돼 수출시장을 고정적인 판로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우리 농산물의 수출시장 확보와 수출물량 증대는 혁기적인 구조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인 수출농업 정책을 추진해 2006년 말에는 23억 달러 이상의 괄목할만한 수출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형태로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와 수출시장 개척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출은 연차별 수출품목 및 수출규모의 심한 변동으로 안정적인 패턴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수출 품목은 다양하나 지속성이 없으며, 수출시장이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돼 수출이 특정국가의 수입정책이나 수급사정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수출시장이 불안정하고 수출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출 품목에서 신선농산물보다는 가공완제품 수출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수입업체(바이어) 중심의 수출상품화로 수출업체나 수출농산물 생산자의 브랜드화가 없이 국적이나 정체불명의 상품이 수출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수출상품화와 수출마케팅 전략, 수출시장 개척 및 수출업체, 수출물류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수출상품화의 기능이 단순하고 영세·개별·분산적이어서 고품질화 및 고부가치 상품화와 수입수요 니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상품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상품에 대한 브랜드화가 추진되지 못해 수출시장에서 소비자 인지도와 신뢰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시장에 지나친 편중도 문제

다음으로 수출시장이 일본시장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 수출패턴이 불안정하며, 위험성이 매우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이고 위험분산적인 수출패턴이 이뤄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품질·고부가가치·브랜드상품에 대한 명확한 목표시장 설정도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출업체가 영세해 독자적인 상품화시설 운영 및 브랜드화, 수출시장 개척과 유지 등이 어렵고, 수출교섭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수출 물류체계의 문제점을 보면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에 필요한 종합적인 상품화시설이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생산자 또는 수출업체의 개별상품화로 신뢰성 및 전문성이 부족하다. 수출농산물의 수확 후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저온수송체계의 미비 등으로 상품성 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농산물 수출체계 상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은 현재 수출시장 개척과 수출증대를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생산자와 수출기업 그리고 정부 등이 합심해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 먼저 수출상품화 및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철저한 품질규격화, 포장규격화, 품질인증을 통한 국제적인 브랜드화를 통한 고품질, 고부가가치화로서 수출시장에서 경쟁국과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다. 차별화의 핵심은 브랜드이다. 또한 수출시장의 다변화와 함께 수출 품목별로 목표시장을 명확하게 설정해 집중적이고 맞춤식의 시장개척 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 브랜드 상품으로서의 중국 농산물과의 차별화는 우리나라 농산물이 고품질 브랜드 수요를 찾는 특수 소득계층의 중국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생산자 조직화…수출업체로 육성

수출 물류체계 개선을 위해 상품화 및 물류시설의 지속적인 확충, 수출 선도기업의 육성, 유망 수출단지 조성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수출 선도기업의 육성은 전문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조직화를 통해 선도 수출업체로 육성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화를 통해 신규 유망 수출단지를 조성하거나 기존의 수출단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수출단지의 재편과 규모화의 추진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