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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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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블루골드 향토자원과 향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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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KREI 논단| 2007년 10월 18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원래 ‘블루골드(blue gold)’는 ‘물’을 의미한다. 이 말은 1999년 캐나다의 네셔널 포스트지가 처음 사용한 명칭으로 석유를 일컫는 ‘블랙골드’에 대비하여 수자원의 가치가 점점 커진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농촌지역에 존재하는 향토자원이 바로 이런 물과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무심히 지나쳐 버리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경제적 가치를 알게 되면 엄청난 자원이 되는 것이 바로 향토자원이다. 향토자원은 독특한 지역성과 전통성,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FTA로 대변되는 개방화 시대에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는 농촌의 핵심자원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향토자원을 활용한 산업이 향토산업이다. 보성녹차, 금산인삼, 순창고추장, 보령 머드축제 등이 지역의 독특한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 향토산업의 좋은 예이다. 이것뿐이겠는가? 농촌지역에 존재하는 야생화, 돌담, 옛 정취를 간직한 무너져가는 시골 빈집, 동네 오솔길, 시골 마당 등도 품격있는 관광상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니 향토자원을 활용한 경제활동은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향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 1967년 부업단지를 시작으로 농촌 특산단지 육성을 비롯한 각종 농외소득 대책들이 모두 이와 같은 목적으로 수립된 정책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5년에 농림부는 '향토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향토산업 육성을 위해 2007년 19개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08년 30개의 지원대상 사업을 이미 정해 놓았다. 또한 각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 여러 정책들 가운데 향토산업과 연관되는 사업들도 많다. 농림부의 지리적 표시제도, 지역특화품목육성사업, 지역농업특화사업, 신활력사업, 중소기업청의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 행자부의 향토지적재산활용 지역특화상품 개발 시범사업, 재경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지정, 산자부의 지역산업육성사업과 같은 사업들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향토산업은 농촌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의 진단을 요약하면, 향토산업 관련기업의 영세성, 향토산업체의 혁신역량 및 개발역량 부족, 향토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체계 구축 미흡, 향토지적 재산권의 보호 미흡 등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농촌의 블루골드인 향토자원 그리고 이를 활용한 향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지역이 먼저 나서야 한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농촌주민들이 향토자원을 소중한 자원으로 여기고 이를 경제적, 문화적 활동에 적극 활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안군에서 작지만 알차게 이루어지고 있는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과 같은 사업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지원사업 선정시 지속적 시장생존가능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향토산업체도 냉정한 시장논리에 의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단기간에 최고의 실적과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산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스위스가 바이오산업  관련 지원기업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네트워크 형성이다. 향토자원을 이용한 향토산업의 원천기술은 무엇인가? 바로 고유성과 역사성을 지닌 지역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지역민들이다. 지역민간의 네트워크, 지역민과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기술적인 네트워크, 지역간 네트워크 등을 통해 기술적, 경제적, 문화적인 부분의 파워를 증대시켜야 한다.

 

우리 농촌에 산재해 있는 향토자원은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블루골드인 셈이다. 농촌 활력 증진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동력으로서 향토자원의 활용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박완서의 ‘호미’ 중에서 추억의 장소가 사라짐을 애석하게 여기는 구절을 소개한 적이 있다. “......관심 소홀로 잃어버린 게 어찌 책방뿐일까. 추억어린 장소나 건물,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늘 거기 있겠거니 믿은 무관심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대목을 보며 농촌지역에 있는 소중한 향토자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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