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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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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2007년 09월
 정 민 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가 지난해부터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에 한해 다시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 검출, 갈비통뼈 발견, 심지어 광우병 관련 특정위험부위(SRM)인 척추 뼈까지 발견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이 매우 높아졌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조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통제 가능국으로 판정받은 이후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통해 갈비를 포함한 수입 범위 확대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제고 노력 필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있어서도 한·미 간 이견이 팽팽하다. 미국은 국제수역 사무국의 권고사항을 내세워 갈비는 물론 광우병 특정위험부위로 알려진 척추 뼈까지 수입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특정위험부위에 대한 수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이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리정부의 협상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인 2003년 국내 쇠고기 수입량 중 미국산의 비중은 68%였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경쟁국들보다 수입 가격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의 점유율이 높았던 이유는 국내 소비자에게 품질이나 안전성을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이 국내 수입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여러 차례의 수입위생조건 위반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미국이 국내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수출 쇠고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쇠고기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 이해그룹 의견 충분히 수렴해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절차에 있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소비자 단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하는 가운데 갈비 등 수입 범위 확대가 소비자 안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생산자 단체는 수입물량 증가로 국내 축산업이 입게 될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 그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한우농가의 사육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암소 및 거세우 도축물량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여 한우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비육농가의 송아지 입식수요 감소로 송아지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우농가의 조기 홍수출하로 한우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국면에 있지만 1등급 한우고기 가격은 하락 폭이 작으며 상위 등급과 하위 등급의 가격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한우농가의 땀과 정성이 깃든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에 있어 가격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식품의 경우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가격을 비롯한 나머지 요소는 의미가 없다. 소비자는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쇠고기를 지속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한우농가, 자신감 회복 필요

 

한우농가의 자신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우고기 시장은 수입쇠고기시장과 이미 상당부분 차별화되어 있다. 한우고기의 절반 정도가 1등급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1등급 고급육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한우고기라 하더라도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조기 출하된 고기는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한우농가는 조기 홍수 출하를 자제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고급육 생산 비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한우농가의 생산비 절감 노력도 필요하다. 비육우 생산비 중 송아지 입식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사료비이며, 송아지 생산비에서는 사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에탄올용 옥수수 수요 증가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작년보다 크게 상승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료비 절감을 위한 사료자급률 제고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산지에서 생산된 우수한 한우고기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한우산업이 당면한 주요 과제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비롯하여 사료곡물가격 상승 등 한우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한우고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소비기반을 확대해 나가면 한우산업의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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