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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한국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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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정섭
농민신문 칼럼 | 2007-09-28
최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10년 지기(知己)’라는 말에서 보듯이 10년은 긴 세월이다. 아무리 힘센 권력도 10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잃어 버린 10년’이란 표현은 긴 세월도 성과 없이 지나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1997년 가을 우리 사회는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선진국 진입을 달성한 듯한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해 말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농업의 완충 역할은 돋보였다. 주곡을 차질 없이 공급하고 귀농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 후 10년 동안 경지면적과 농업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농가소득은 정체상태에 놓였고, 농가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3㏊ 이상을 경작하는 대농이 증가한 반면, 0.5㏊ 미만의 영세농도 절대수가 증가함으로써 양극화가 심해졌다.

 

우리 농업의 향후 10년을 내다볼 때 넘기 어려운 장벽들이 가로놓여 있다. 국제적으로는 시장 개방 심화, 쌀 관세화, 중국의 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하개발아젠다(DDA)와 추가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은 이미 개방된 품목의 관세율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다. 쌀은 2014년 이전에 관세화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농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리 농업에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북한 문제가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농식품 소비 행태의 변화다. 지난 10년간 열량 구성요소는 탄수화물은 감소하고, 단백질과 지방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서구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질은 수입 농산물에 의해 공급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가공 및 가공식품 소비, 외식과 배달을 통한 식생활의 ‘외부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화’와 함께 시장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향후 10년을 대비한 핵심 과제는 심화되는 시장경쟁 속에서 농업을 지켜 갈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일이다. 농업경영자, 농업법인 중간관리자, 농산물 유통 전문가 등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농업 및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시장원리 및 소비자 지향적 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갖춰야만 외부 여건 변화를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농업인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과제는 경쟁 탈락자 또는 농촌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마련이다. 시장을 통한 적정소득 달성이 어려운 계층은 사회보장정책 대상으로 기초생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농가등록제’를 통해 농업정책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정부의 모든 정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향후 10년은 우리 농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농업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식품 공급 및 그에 따른 다원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기 핵심과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국가균형발전을 달성하고 선진국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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