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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 폭등과 우리 농업인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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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명환
농민신문 기고| 2007-09-19
성 명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70년대 초 식량파동을 겪은 이후 각국의 식량증산 노력으로 세계 곡물 생산량이 증대되었고 곡물 재고율도 1986년에는 35%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곡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나 생산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었다. 올해에도 세계적인 이상기후, 미국 중부지역의 서리와 홍수 등 곡물수급 여건이 더욱 악화되어 곡물 재고율이 15%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2006 곡물연도에도 호주 밀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그해 9월부터 국제 밀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브라질·미국을 중심으로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지고 바이오 에너지 증산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옥수수 가격도 급등하게 됐다.

 

올 9월 현재 국제 밀의 선물가격은 t당 295달러 수준으로 1996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옥수수의 선물가격도 올해 2월 165달러까지 상승하였으나 현재에는 135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 증대와 수출 감소가 전망돼 국제 곡물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원료용 옥수수 수요가 늘면서 본래 용도인 식량이나 사료와의 경합, 곡물 간 토지 사용의 경합이 불가피하게 된다.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 옥수수의 경우 경작지의 수요 증대, 토지 가격 상승,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반면 다른 작물의 경작지는 감소하고, 생산량은 줄며, 타 곡물 가격의 동반 상승을 초래한다. 또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사료와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곡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업체들의 생산비 부담도 늘어나게된다.

 

과거 국제 곡물 가격의 변화는 공급 감소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연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곡물 수급 구조는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

 

선진국의 바이오 에너지 정책, 개도국의 높은 경제성장 등에 의해 곡물 수요가 항구적으로 늘어난 반면, 지구 온난화, 농업 생산성 증대의 한계 등으로 공급을 안정화시키기는 어렵다. 국제 곡물시장 구조도 수출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고, 곡물 메이저들은 이윤 극대화 원리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곡물 수급을 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농산물 가격의 비탄력성으로 현재 국제 곡물시장 여건은 가격을 상승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매우 낮은 수준인 데다 농산물시장 개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국내 곡물시장이 국제시장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곡물 수입국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잖아 다가올 식량확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높은 국제 곡물가격에 대응해 국내 곡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농업에서의 경쟁력은 농업여건과 농업기술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 농업인들은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농업기술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을 바탕으로 균일한 품질관리, 안전성 제고, 더 나아가 브랜드화를 통하여 외국산과의 차별화를 높여 간다면 곡물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품목이 될 수 있다. 브랜드화와 함께 농산물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여러 제도를 동시에 활용한다면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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