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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농업교류협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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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2007년 8월
김 영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들어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고 있다.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의 초기일정에 관해 「2.13합의」를 도출했다. 이 합의 이행에 걸림돌이 되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문제가 해결되자 6자회담과 북미접촉이 즉시 재개되었으며, 한국은 쌀과 중유를 지원했다. 이에 호응하여 북한은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했다. 6자회담 체제의 향후 일정도 지속적으로 예고되고 있어 좋은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남북공동번영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때마침 남북 양측은 평양에서 두 번째 정상회동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 공동의 번영, 민족 통합과 관련된 모든 의제가 논의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런 의제들이 어떤 수준에서 다루어지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쉽게 점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6자회담 체제의 진전과 맞물려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우리 앞에 새로운 과제가 제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변화에 조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때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예시된 세 가지 중 경제문제와 관련된 것은 '공동의 번영'이다. 이 의제는 공동번영의 핵심적 수단으로서 남북 경제교류협력 확대가 중요하며 이번 기회에 양 정상이 이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남북 경제교류협력 추진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 구체적인 분야와 과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 농업교류협력을 통해 북한농업을 발전시키고 그 토대 위에서 남북한 농업의 공동 발전을 도모한다는 논의도 그 중 하나이다.

 

북한의 농업발전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농업생산성이 향상되면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인도적 문제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또 농업발전을 통해 경제발전 초기와 도약 단계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동력 수요에 대처할 수 있고, 식량의 수입대체를 통해서는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훼손된 산림이나 수리기반시설 복구는 국토가 지닌 생산기반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농업개발은 남북한 농업의 상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토대도 된다. 남한의 자본․기술․시장과 북한의 기반․노동력을 결합한 경협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남북한 농업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북한 농업발전의 요건은 개혁과 자본

 

북한 농업이 발전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농정시책이 계획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 요건은 제도개혁과 자본조달인데, 문제는 이 두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본의 뒷받침이 없이 제도개혁의 유효성은 매우 낮으며, 제도개혁이 없다면 투입된 자본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그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10여 년에 걸친 다양한 농정시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북한 농업을 대변하는 대부분의 지표가 식량위기가 표면화된 1990년대 중반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는 어떨까? 북한의 현 체제와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과거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은 개혁을 체제 불안을 부추길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경제개혁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확인하지 않고는 대규모 자본을 지원․투자하는 데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대북 경제지원과 협력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남한 정부와 기업도 오랜 기간 심사숙고 중이다.

 

적절한 대안과 변화가 필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적절한 대안과 변화가 필요하다.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선도적인 시범협력사업이다. 이 농업협력사업은 북한의 경제특구와 인접한 농촌지역 몇 곳에 남북한이 함께 시범영농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기반조성사업, 투자사업, 교류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 협력사업 추진과정에서 양측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농업부문의 지속가능한 협력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농업협력사업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규모와 관계없이 여러 하위 프로젝트가 포함된 종합적인 협력사업인 만큼 협의나 사업추진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높은 수준에서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그 합의는 가급적 명료하고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 메시지를 받아 사업을 성사시키고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양측 정부의 실무담당자와 협력당사자들의 몫이다.

 

다행히 지금 높은 수준에서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6자회담의 앞날이 그리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 분위기 속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정착과 민족통합은 물론 공동번영이라는 의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어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미래를 여는 토대도 함께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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