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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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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식품, 정규군과 게릴라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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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2007년 8월
김 성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중국산 먹거리가 몰려오고 있다. 중국산 농․축․수산물의 금년도 수입액 추정치가 4조원에 육박하고, '따이공(代工)'들이 들여오는 고추나 참깨는 매일같이 한․중 페리호를 타고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오는 중국 농식품은 우리 농가와 식품산업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그 위세가 마치 한국전쟁 때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올라간 국군을 몰아치던 중공군만큼이나 매섭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중공군에 쫓겨 철수에만 급급하던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게릴라전에 연전연패

 

우리 소비자들은 중국산이라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국산 농식품을 먼저 찾는다. 이는 굳이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지 않더라도 국산 농식품이 수입산, 특히 중국산보다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는 신뢰의 결과이다. 이에 힘입어 대부분의 가정용 농식품 시장의 경우, 중국산 농․축산물이나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은 우리 시장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식품 포장에 원료 원산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놓고 경쟁하는 '정규전'에서는 중국산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원료 농산물의 원산지 정보가 가려지거나 숨겨지는 '게릴라전'에서는 국산이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외식점이나 재래시장 또는 동네 슈퍼마켓 등의 경우, 피아구별이 어려운 정글 속 게릴라전처럼 소비자들이 어떤 게 국산이고 중국산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틈타 저가 중국산 농식품이 이미 국내시장을 상당부분 장악했다. 대표적인 예로, 김밥 체인점에서 사용되는 쌀과 각종 김밥 부재료와 비전문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갈비탕이나 꼬리곰탕, 그리고 재래시장 등지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 비포장 두부 등은 중국산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응 전략과 전술 세워야

 

일차적으로 저가 중국산을 사용하여 원가를 절감하여 이득을 취하면서도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국내 외식업자 및 식품 제조업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관계 기관의 소홀과 관련 제도적 장치의 미비에도 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산 농식품의 국내 시장 잠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장기적인 계획(전략)과 즉각적인 대처 방안(전술)의 수립이 요구된다. 먼저 전술적인 대응 방안으로, 원산지 증명 등 인증제의 강화가 시급하다. 현재 식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제도는 가공식품과 일부 외식업체에서 시행되고 있고, 소비자들이 매일 접하는 음식의 극히 일부분에만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의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는 90평 이상의 대형 식당에만 적용되어 전체 음식점 수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국산과 수입산 농식품의 원산지 표시 의무를 조속히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국산 농식품의 입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에게 왜 우리나라 농식품이 더 우수한지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막연히 국산 농식품이 좋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지만, 국산 농식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당히 약하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전략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농식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증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중국 농식품 중 이미 우리 것보다 수준높은 품목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농식품들은 국산보다 낮은 생산 비용으로 보다 우수하고 안전하게 생산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들 농식품이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국내 수입업자에게 외면을 받고 있지만, 일단 특정 계기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품질 및 안전성 관리 등을 통해 계속해서 거듭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안전성 증대 노력 필요

 

식품산업 전․후방에 위치한 산지와 소비지사이의 유통 구조를 개선하여 농식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외식업체나 식품 가공업체의 국산 원료 농․축산물 구매 방식 중 상당부분이 전문 납품업자 등을 경유한다. 이러한 중간 유통단계는 규모화되지 못한 산지나 외식․가공업체의 일부 유통 기능의 대행으로 인한 것으로 유통 비용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모화 및 조직화를 전제로 한 산지 농업 부문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민간 부문의 자체적인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동시에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식품 시장은 분명 위기이다. 한․만 국경에서 인해전술로 밀려드는 중공군을 눈앞에 둔 국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잘 극복하느냐, 아니면 1.4. 후퇴 때처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느냐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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