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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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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과채류 가격하락의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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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옥
KREI 논단| 2007년 8월 30일
최 병 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농작물 폐기처분하는 농촌현실”, “폭우와 소비 부진..강원 농산물 직격탄”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서 과채류 가격폭락을 표현한 타이틀 문구이다. 여름철 과채류 주산지인 강원도에서는 토마토, 풋고추, 호박을 자율적으로 산지폐기에도 호박을 제외하고는 시장가격이 반등할 여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정한다면 변동의 원인은 공급측면에 있고 생산이 철저하게 계획되지 않는 한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과채류 재배면적은 단기간에 급증할 수 없다. 과채류는 노지채소와 달리 시설하우스에서 주로 생산되므로 타작목보다 초기 투자비용과 유지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생산자의 높은 기술수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여름 토마토, 풋고추의 재배면적은 이러한 특성이 무색할 만큼 급증하였다. 여름철 가락시장 반입량을 살펴보면 전년보다 약 2배정도 증가하였다. 그동안 웰빙붐이 불어 해당품목의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감안하여도 재배면적이 지나치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토마토와 풋고추를 중심으로 과채류 재배면적이 급증할 수 있었는가에 있다. 원인을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토마토와 풋고추의 가격강세로 오이를 비롯한 타 작목에서 전환되어 특정 품목에 생산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한․미 FTA를 계기로 쌀 수입이 가시화되면서 일부 쌀 재배 농가들이 쌀 가격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작목을 전환한 경우이다. 실제로 강원도 철원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와 해당 시, 군의 지원을 받아 농경지에 시설하우스를 조성하였다. 쌀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재배방식이 전혀 다른 과채류로 품목을 전환할 수 있었던 원인은 다음과 같다.

 

과채류는 신선농산물이기 때문에 수입양이 적어 국내수급 변동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특성이 있다. 국내수급 변동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농산물은 농산물 무역 자유화가 시작된 이후 찾아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특성은 쌀 농가들에게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쌀 수입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을 대체할 만한 대체작목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농산물 수입은 곡물류를 비롯하여 채소류, 과일류, 축산분야 등 농업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에 쌀을 대체하여 농가들의 소득을 보장할 만한 작목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과채류로 작목을 전환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향후 쌀 재배 농가들이 타 작목으로 전환할 경우, 해당 작목의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 여름 과채류 가격폭락은 농업관련 종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부터 그 대책을 살펴보자.  

 

과채류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농산물에 소비는 광고를 통하여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광고방식처럼 단순히 품목이나 브랜드만을 인식시키는 광고는 단기적으로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겠지만 지속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해당 품목이 보유한 건강성분과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조리법 등을 개발하여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소비가 꾸준하게 증가할 것이다. 실례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센터에서는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과채류 소비자 구매행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과 풋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을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출액이 각각 69%, 64% 증가하였다.

 

과채류 신규품목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재배기술을 확산시켜 어느 한 품목으로 생산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올 여름 과채류 가격폭락을 주도한 품목은 최근 들어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여 가격강세가 유지되었던 토마토와 풋고추이다. 2006년 과채류 재배면적 중 시설하우스에서 생산되는 면적은 총 51,469ha이고, 이 중 토마토, 풋고추, 딸기, 오이, 호박, 수박, 참외의 재배면적 비율은 9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메론과 파프리카가 생산되고 있지만, 시설하우스가 보급된 이후 생산자가 재배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특정품목에 생산이 집중될 경우 가격하락에 대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품목의 지속적인 발굴과 재배기술의 확산을 통하여 특정품목에 생산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농업관측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센터 과채팀에서는 과채월보를 통하여 총 7개 품목 11개 품종에 대한 재배면적 동향, 가격정보, 정식의향 면적을 제공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안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농업관측사업을 실시한 이후, 관측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10여년 동안 축적되면서 현장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이 과학적으로 변모하였다. 실례로 농업관측정보센터에서는 올 여름 토마토와 풋고추의 가격폭락을 봄철부터 경고하였음에도 관측정보가 생산현장에 효율적으로 전달 또는 확산되지 않아 과채류 생산 농가가 힘들게 생산한 품목들이 산지 폐기되는 모습을 암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외에도 생산자들의 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품목협의회의가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며 특정품목의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할 때 정부가 발 빠르게 시장에 개입하여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또한 농업관측정보의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과채류는 공급측면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품질향상과 품종 다양화를 이루어 부가가치를 높였고, 이러한 노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아 농업분야에서 수출효자 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올해처럼 농경지에 신규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생산이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가격하락과 관련산업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여 향후 과채류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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