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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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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을 추구하는 일본 친환경 지역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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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은미
KREI 논단| 2007년 8월 16일
정 은 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일본은 세계적으로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며 동시에 농산물 최대 수입국이다. 일본 농정이 과거 40년간 규모와 효율을 위해 추진한 각종 정책은 식량자급의 측면이나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이란 측면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농정은 실패했지만 농업현장에서는 꾸준히 지역농업의 비전을 만들고 실천해 온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농업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는 생산자와 그 지역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며 안전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를 원하는 조직된 소비자(주로 생협)라는 사실이다.

 

조직된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생산자를 통해 소비자(조합원)에게 신뢰를 확보해 나갈 수 있었고, 생산자는 조직된 소비자와 안정된 거래를 통해 농촌 지역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생산자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 조직된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는 계약이라는 시스템으로 시작하지만 안전한 농산물의 지속적인 거래는 계약을 바탕으로 신뢰를 형성한다.

 

조직된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생산자 조직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자립경영을 조직의 기본원칙으로 한다. 정체성을 가진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를 조직하는 데 노력하며, 외부지원금은 받는 자의 마음을 병들게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한다는(자는 마음이 병들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자립경영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생산자는 도농교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류공간을 소비자의  안식처이며 신뢰를 획득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둘째, 민주적이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이다. 흔히 생산자 조직은 같은 지역, 같은 직업, 비슷한 작목으로 구성되어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자칫 권력화되기 쉽다. 이런 까닭에 생산자가 스스로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고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 판매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며 민주적 절차를 밟아 다음 세대 지도력을 육성하고 권한을 이양하여 훈련시킨다. 또한 농산물 유통, 가공에 관심이 있는 비농업인을 출신, 직업, 업종에 관계없이 생산자 조직에 참여시켜 지역농업의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농촌․농업의 1차 공동체 성격에 2차 공동체 성격을 첨가하여 전문성과 협동체적 성격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셋째, 소비자를 단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농업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다. 소비자와의 교류는 먹을거리 생산과 식문화 이해를 위한 체험 및 교육활동과 함께 귀농자 연수제도, 은퇴 후 귀농 프로그램 등의 운영으로 농업․농촌에 관심을 갖게 하고 생산자 조직에 참여를 유도하여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실천, 안전한 농산물 생산․유통 시스템을 갖추어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학교 또는 소비자 교육, 농업․농촌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와 교류를 통해 지역농업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결국 지역농업을 담당하는 생산자로서 자기결정을 확대하여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비롯하여 지역 내 생산․유통을 강조하는 친환경 지역농업이 거론되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농업․농촌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새롭게 평가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생산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농가소득 향상이 목표인 판매 중심의 논리에서 탈피하여 소비자를 지역농업의 협력자로 만든 일본 친환경 지역농업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공생(共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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