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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돈육산업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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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정섭
농민신문 칼럼 | 2007-07-27
최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금년은 정해(丁亥)년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게 시작되었다. 연초에 복돼지를 생각하며 흐뭇해 하던 양돈농가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 냉장육 관세는 이행 후 10년 동안에 철폐되지만 냉동육의 관세 철폐시한은 2014년 1월로 고정되었다. 게다가 금년 6월 말 기준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6.9% 떨어졌는데 이는 1996년 같은 시기에 9.5% 떨어진 이후 11년 만에 최대의 낙폭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연관짓기도 했다.

 

최근의 가격 변동이 장기적인 가격 하락의 서곡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칠레 FTA에서 칠레산 냉동육 관세도 2014년까지 철폐토록 합의, 철폐시한이 미국산과 같다. 유럽연합도 협상과정에서 이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돈육의 가격이 국내가격의 상한선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에너지의 수송연료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뒤 금년 6월 옥수수 국제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5% 올랐다. 이는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양돈사료 가격을 인상시키는 요인이 된다.

 

세계에서 돈육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덴마크다. 2006년 덴마크의 돈육 수출액은 4조원이 넘는데 농산물 수출액의 53%, 국가 전체 수출액의 5.3%에 달한다. 돈육 생산량의 85%를 외국에 수출하며, 생돈 및 가공식품도 상당한 액수이다. 한마디로 수출시장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덴마크 돈육업계는 다음과 같은 요인을 성공의 비결로 들고 있다. 우선 양돈농가와 도축장 및 연구소가 농민의 주도 아래 강력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가공업체 및 자재업체·대학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고, 양돈 및 돈육 가공기술과 경영기법이 우수하다. 마지막으로 투입물의 품질이 좋고 위생 수준이 높다. 덴마크 농업연감에 의하면 농업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국제경쟁의 심화와 수출시장 및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 농업의 강점을 안전하고 품질 높은 신상품을 개발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 찾고 있다.

 

선진국 사례 중에는 배워서 실천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덴마크는 가구당 경지규모가 55㏊로 유럽연합을 이루는 25개국 중 체코와 영국 다음의 대농이기 때문에 축분의 경종 환원이 매우 유리하다. 아울러 선각자인 달가스와 그룬트비가 가르친 중농(重農) 및 협동정신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1986년부터 2006년까지 덴마크 양돈농가수는 5분의 1로 감소했다. 그 과정에서 가구당 사육규모는 7배로 증가햇다. 놀라운 성적표의 그늘에는 경쟁에서 탈락된 농가들이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에 우리 양돈업은 덴마크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었다. 즉 우리나라 양돈농가수는 1986년부터 2006년까지 20분의 1로 감소하고, 농가당 사육규모는 62배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에 1,000마리 이상 전업농의 사육가구수 비중은 0.1%에서 27%로, 사육마릿수 비중은 22.7%에서 79.1%로 증가했다.

 

급격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양돈농가는 이미 큰 대가를 지불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덴마크 양돈농가수가 10년 내로 지금의 8,000가구에서 2,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돈육산업의 내부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적절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당면한 축분 및 사료 문제를 기술개발과 축종 간 사료이용 구조 재편을 통해 해결하고, ‘양돈’이라는 1차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돈육’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장기 비전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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