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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과 차등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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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시론 | 2007-06-11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참여정부는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사람과 돈과 힘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국가 전체가 골고루 잘살아 보자는 것이다.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해 다핵 분산형 국토공간구조를 만들어 보겠다는 정책은 어찌 보면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산업 클러스터와 각종 특구를 지정해 지역의 스타 산업을 키워보려는 노력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추진되었다. 신활력사업으로 대표되는 낙후지역 특별지원사업도 추진됐다.

 

참여정부의 지난 4년간 균형발전 노력을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더구나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핵심정책은 이제 시작 단계로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아직도 5~6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각종 통계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노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지역 간 고용 편차는 더욱더 심화되었다고 한다. 수도권과 충남 등에서 일자리가 증가한 반면에 전남북·부산 등지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늘어난 일자리의 82%가 경기지역에서 창출되고 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멈추지 않고 있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수도권 인구 집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세계에서 첫번째 내지는 두번째를 다투고, 그 폐해가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균형발전 정책 목표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농촌의 각종 문제도 사실 따지고 보면 국토의 불균형 발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경기지역 농가가 경제적으로 덜 어렵고 농촌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문제는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과 그 효과이다.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해주지 못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균형발전이란 명분이 좋아도 이를 위한 정책 수단들이 다 옳고 그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최근에 범세계적인 세계화·개방화의 물결은 한 국가 내에서 지역 간의 불균형과 양극화를 확대시키고 있다. 싫든 좋든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쪽으로 사회적 트렌드가 움직이고 있다. 정책의 힘만으로 균형발전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정책의 한계를 인지하고, 그 속에서 최적 방안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책은 명분을 앞세운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소박함을 갖춰야 한다. 새롭지만 일과성의 정책보다는 기본적이지만 오래 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낙후지역에 대한 특별정책으로서 지금의 신활력사업처럼 대상지역 모두에 3년간 똑같이 얼마를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보다는 낙후지역에 대한 모든 정부사업의 지원 비율을 잘사는 지역보다 높이는 이른바 차등보조율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법률로 규정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낙후지역 입장에서는 당장은 효과가 적어 보이지만 두고두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적어도 한세대 이상 지속된다면 균형발전도 먼 이상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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