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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과일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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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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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과일 산업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상을 지난 1월까지 6차례 진행하였다. 그간 양국은 농산물 품목에 관한 양허안과 수정 양허안을 교환하였으나 신선 과일을 포함한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협상을 아직 진행하지 못하였다. 양국의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기 전에 숨을 고르며 미국 과일 산업의 동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과일 생산량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나라이며, 과일 생산과 유통 과정이 규모화 되어 있다. 사과의 경우 농장당 평균 재배규모는 7ha로 우리의 10배 수준이다. 특히 미국 사과 생산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워싱턴주의 농장당 평균 규모는 미국 전체 평균의 2.5배 수준인 18ha에 이르며,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농장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농장 소유주가 기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화된 농장은 토양 관리에서 수확까지 과학적으로 과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수확량 등 생산성이 높으며, 신품종 도입에서 출하·판매까지 경영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다. 농장과 산지가 규모화 되고 집중화되면서 선과장, 판매회사, 가공회사, 생산자단체 등의 유통관련 업체와 시설도 주산지에 위치하여 수평·수직적 통폐합과 네트웍에 의해 ‘규모의 이점’과 ‘집중(또는 집적)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선과장 수는 과거 10여 년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미국은 과일 생산량의 11~12%를 해외 시장으로 판매하고 있고, 2000년대에 들어 미국인의 일인당 과일 소비량이 130kg(생과는 45kg) 수준에서 정체되면서 해외 수출을 통해 과일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시장접근제도(market access program)를 운영함으로써 해외 시장의 개발과 유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FTA를 추진하면서 과일 수출 가능성을 확대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신선 과일은 미국 농산물 수출량의 17% 내외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주목하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미국에서 수입하는 과일에 대한 관세율은 오렌지 50%, 포도와 키위 45%, 버찌(체리) 24%이다. 우리나라의 오렌지 수입량은 12∼14만 톤 이다. 관세가 현행보다 50∼100% 감축되면, 오렌지 수입량은 17∼22만 톤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도 수입량은 현재 2천톤 내외이지만 청소년층의 식습관 변화의 정도가 향후의 수입 수준을 좌우할 것이다.

 

사과, 배, 복숭아 등은 식물방역법상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지 못한다. 수입 허용에 대한 평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만일 이들 과일에 대한 수입금지가 해제되고 관세가 현행보다 50∼100%로 낮아지면, 미국산 사과는 국내에서 국산 사과보다 평균해서 15∼30% 낮은 가격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품종별 가격은 편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관세를 철폐하면 레드델리셔스 가격은 국산 사과보다 42% 낮을 것이고, 미국산 후지는 한국산보다  24%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 배, 복숭아는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어서 가격 수준과 같은 지표만으로는 수입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미국산 과일 품종이 국산과 맛이 대체로 달라 국내 소비자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외국산 과일에 대해 맛보다 안전성에 민감하여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미국산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재미 교포에 대해 실시한 조사 연구에 의하면, 미국산 후지가 맛, 조직감, 외관에서는 한국산보다 미흡하나 안전성이나 크기 면에서는 한국산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 체계가 중장기적으로 재미 교포와 비슷해지면 미국산 후지에 대한 수입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본격적인 농산물 협상을 할 것이다. 미국과 협상할 때, 신선 과일에 대한 현행 관세율을 유지하거나 관세감축 이행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도출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수입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역조건 충족에 관한 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병충해에 의한 피해는 물론 수입허용에 따른 국내 과일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평가 작업이 단계별로 엄격하고 치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의한 국내 과일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피해를 보는 계층의 폐원·폐업에 대한 보상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증대되는 환경에서 과수농가의 경영과 소득이 안정될 수 있도록 보험 기능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국산 과일의 안전성을 확립하는 등 생산과 유통상의 비가격적(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생산자(단체)와 정부, 그리고 유통·가공업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가장 적극적인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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