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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발적 발전론으로 두가지 격차문제를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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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내발적 발전론으로 두가지 격차문제를 해결하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자유주의가 양극화 확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세계 경제에 소위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사회에도 양극화 문제가 나타났고, 농업에는 도농간 소득격차와 농업내부의 계층간 소득격차가 동시에 확대되는 ‘2중의 격차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도 도농간 소득균형을 유지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전례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전반기까지는 ‘도시근로자’와 ‘농가’ 간의 가구당 소득은 균형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1995년 WTO 출범을 계기로 도농간 소득격차는 확대되기 시작하여 2005년 현재 농가 호당소득은 도시가구의 78%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또한 농업내부에서는 계층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으로 올수록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농업이 안고 있는 ‘2중의 격차문제’이다.

 

양극화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하위계층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통하여 지나친 격차확대는 피해야 한다. 상위계층의 성장을 가속화하되, 2중의 격차를 축소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하위계층은 경영면에서는 영세규모이거나 고령자, 여성이 중심이고, 지역적으로는 조건이 불리한 지역에 입지하는 농가들이다. 이러한 계층이나 지역의 활로를 찾아내는 것이 긴급한 과제이다.


농업은 ‘축소산업’인가.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농업생산액은 정체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콜린 클라크(C. G. Clark) 식의 산업분류에 따를 때이고, 농업관련산업이나 애그리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농업생산액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농업생산(1차산업)에서 파생되는 농산물가공이나 특산품개발(2차산업), 그리고 산지직판, 직거래, 도농교류, 농촌관광, 농업정보 등(3차산업, 이것을 ‘농업서비스업’이라고 하자)의 분야를 도시지역이나 기업이 담당하여 고용과 소득이 도시로 이전된 결과로 나타는 현상일 뿐이다.

 

농업관련산업의 주체를 보면, 수요가 포화상태가 있는 농산물 생산은 농가가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성장하는 2차산업분야는 식품제조업이 담당하며, 더욱이 3차산업분야는 도시의 유통업, 정보산업, 관광업 등이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도농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이 가지는 2차, 3차산업 영역을 농촌주민이 일정부문 담당하여, 농촌내부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거래물량을 늘리면서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농업진흥이 농촌 활성화의 기본

 

농촌지역이란 기간산업이 농업이다. 풍부한 자연자원과 농업자원으로 농업경영을 성립시켜, 농가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국민에게 다원적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촌 활성화라는 것은 농업의 진흥을 기본으로 하여, 농산물의 가공, 그리고, 유통, 교류, 관광 등으로의 확대를 통하여 실현할 수 있다. 즉 다각경영을 통하여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소득향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속적인 농촌 활성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농업경영을 활발하게 하여 농가소득을 제고하면서, 동시에 농업생산에 의한 환경부하 경감을 전제로 다원적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만 진정한 농촌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도농교류나 농촌관광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강해지면 농촌 활성화를 지원하는 분위기가 국민 사이에 확산된다. 이것이 내발적 발전의 조건이 된다.

 

개별 농가는 일반적으로 소득확보를 위하여 규모확대를 시도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복합경영(품목의 다양화), 다각경영(생산에서 가공·서비스업으로 확대)을 시도한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규모확대를 실현해도 판매액이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각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각경영은 개별경영으로는 불가능하다. 지역단위의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발적 발전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내발적 발전이 지속적인 농촌 활성화 보장

 

농업문제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파생되는 영향이 누적되어 나타난다. 특히 고도경제성장의 영향이 농업이나 농촌에 고령화와 과소화를 초래하였고, 여기에 농지자원 유실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가산되어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지역의 생산자나 주민 스스로가 합의를 기초로 하여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지역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이 ‘내발적 발전’이다. 형식적으로는 밑으로부터의 개발의 한 유형이며, 종래의 전국 획일의 국가주도에서 지방주도로, 관 주도에서 민 자율로 가는 방식이다. 지역사회를 근간으로 하여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주민이나 단체가 개발 주체가 되어 지역의 자원·능력·기회를 주도적으로 발굴하여 지역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이다.

 

신자유주의 노선이 정착됨에 따라 농업경영의 양극화는 심화된다. 소수의 대규모 경영과 다수의 영세하고 고령 농가로 분화하는 추세는 더욱 빨라진다. 이 중에서 후자의 경영이 지배적인 지역에서 농가를 조직화하여, 농업생산에서 가공이나 서비스업으로 다각경영을 실현하여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리더’이다. 리더는 지역의 문제 인 식, 아이디어 제시, 주민합의 유도 등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가 지역 내에 부재하는 경우는 외부의 인재를 활용하거나 귀농자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정년귀농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 의한 성공하는 경영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단위에서 조직경영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이들이 가진 지식, 기능, 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농촌지역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게 해 준다.

 

지역의 범위는 작목반의 영역이나 마을 단위, 농협 관내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조직화도 영세·고령농가만의 조직에서, 대규모 농가와 다수의 영세농가의 조직, 기업과 마을단위 농가가 결합한 조직 등 역시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마을단위 또는 지역단위의 영농조직이 생산을 통합하여 생산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또한 여유 노동력은 복합경영이나 가공·서비스업 등의 다각경영으로 활용하여 조직 또는 지역 전체의 소득향상이 가능해진다.

 

이와 같이 지역주민의 조직적인 대응으로 농업진흥을 가져오고, 이를 바탕으로 가공이나 특산품 개발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고, 그리고 교류나 관광 등으로 확대함으로서 농촌 활성화는 실현된다. 또 농촌 활성화가 농업이나 농촌이 가진 다원적 기능을 농촌 내외에 확산시키게 된다. 이것이 다시 농업부문 재정지출 증가에 대한 국민합의를 가져오고, 국산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농촌활성화 순환시스템’이 형성된다. 이러한 순환시스템이야말로 양극화문제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농촌 활성화를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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