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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보전에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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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민경택

마을숲 보전에 관심 가져야

 민경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우리 인간은 오랜 세월 숲에 의존하여 살아왔다. 숲에서 땔감과 먹을 것을 구했고 나무를 베어 집을 지었다. 풀을 베어 가축 사료를 구했고 숲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농사를 지었다. 풍부한 목재자원은 도시건설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군사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고, 철강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관계도 점차 변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무를 땔감으로 쓰지도 않고 집을 짓지도 않는다.

 

사람과 숲이 오랜 세월동안 맺어온 직접적인 인연의 흔적으로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마을숲이 아닌가 한다. “마을숲은 마을의 역사, 문화, 신앙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다. 또한  숲으로서,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보호 또는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마을 숲은 야산의 숲과는 달리 단일 수종이나 소수의 수종으로 구성되거나 단층림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은 물론 정신문화적 생활 그리고 다양한 이용을 담은 마을 공용의 녹지로, 마을 문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 집적되어 온 상징적 대상물이다.”(김학범·장동수, 1994, 「마을숲」)

 

마을숲은 풍수지리적인 여건에 따라 조성된 경우가 많다. 보통 수구(水口)막이라고 하는데 마을에서 보았을 때 물이 흘러가는 출구나 마을의 입구가 열려 있으면 기(氣)가 빠져나간다 하여 띠 모양의 숲을 조성하여 차단하였다. 또는 마을 형세가 호랑이인 경우 숲 속에 몸을 감추고 있어야 먹이를 쉽게 구한다 하여 숲을 조성하거나, 마을 측면의 산이 뱀머리 모양이라 불길하여 숲을 조성해 가리는 경우도 있다. 강의 범람이나 세찬 바람을 막기 위한 마을숲도 있다. 이렇게 조성된 숲은 마을을 둘러싼 산과 물, 바람의 조화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마을이 자연과 어울리도록 생태적 기능을 한다. 주민들은 마을숲을 신성시하여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단합을 기원하였고 아이들은 숲에서 뛰어놀며 꿈을 키웠다.

 

이처럼 마을숲은 우리 농촌의 생태적 건강성을 지키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통과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이며, 사교의 공간이고 농촌의 핵심적인 경관자원이다. 마을숲을 잘 가꾸는 것은 우리 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풍수지리사상도 희박해지고 농촌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마을숲과 사람의 관계도 점차 벌어지는 것 같다. 마을숲을 가로질러 길을 놓아 숲이 끊어진 경우도 있다. 숲 가꾸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덤불로 덮인 곳도 있다. 노령목이 병들어도 돌보거나 갱신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마을숲의 소유가 명확하지 않아 관리의 책임도 불명확하다. 관광객들이 마을숲을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버려도 누가 나서서 통제하지 못한다. 농촌주민이 고령화되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인 이익이 없으니 그러할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마을숲이 가진 경관적 가치, 문화적 가치, 생태적 가치를 폐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마을숲을 보존하는 데에는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도 마을숲 보존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지만 숲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마을숲 본래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을숲은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가치, 전통문화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정책이 필요하다.

 

마을숲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자산이므로 지역 주민이 가꾸어야 한다. 지역 주민은 마을숲 가꾸기의 계획과 실행에 참여하여 숲이 제공하는 환경과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데에 기여하고 정부가 이를 구입하는 형태로 주민과 정부가 협약을 맺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러한 협약은 마을숲의 공공재 생산기능을 강화하여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진시키고 농촌의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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