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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농업개발협력, 새로운 시대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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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택

국제농업개발협력, 새로운 시대 열어야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UN 관련 국제기구를 비롯, 국제사회는 한국이 OECD 회원국으로서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개발협력에 보다 많이 기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자금(ODA)의 비중이 0.06%에 불과하였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평균 수준인 0.25%의 1/4 정도이다. 설사 ODA에 남북교류협력비용을 포함시켜도 DAC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반영, 2009년까지 GNI 대비 ODA 규모를 0.1%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더욱이 UN 사무총장 배출로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무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N이 2000년에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하여 UN 밀레니엄 개발목표(UN MDG)를 선언한 이후, ODA 지원분야 중에서도 국제농업개발협력 분야는 절대빈곤의 퇴치와 기아해결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중국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하여 대규모 연수생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으며, 기타 아시아 국가나 아프리카 국가들도 한국 농업·농촌개발에 대한 자문과 교육·연수 프로그램 요청을 크게 늘리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의 국제농업개발협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그리고 FTA가 확산되면서 국가간·국제간 교류가 확대되고 국제협력 약정체결이 증가하면서, 농산물의 협상(negotiation) 성과는 양자간 또는 다자간의 국제협력 기반이 얼마나 잘 다져져 있는지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농업협력이 국제사회의 의무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브랜드 가치(Brand Value)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국제농업협력을 전략적으로 최대한 활용해 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제농업협력의 규모나 의의 및 위상이 매우 커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제농업협력체계는 농업유관기관들의 자체 판단과 필요에 의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체계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국제농업협력 의사결정이 건별로 다르게 이루어지고, 단기적·산발적·무전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농림부는 2005년 말에 「농림협력사업협의회」를 구성하고 관련 규정도 제정하였으나, 아직 종합적 조정·관리나 정보 공유 등은 초보적 단계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국제농업협력 모델과는 차별화 되고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한국형 국제농업협력 모델’을 구축·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국제농업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외원조의 70% 이상이 아시아 국가이다. 아시아 지역은 일본이 수십 년 전부터 지원해 오고 있고,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큰 지역이다. 이런 와중에 적은 개발협력자금으로 일본이나 중국과 차별화된 그리고 보다 전략적인 국제농업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진국들의 경험이나 국내의 IT·에너지 분야 등의 국제협력체계를 벤치마킹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한국형 국제농업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지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전 세계에서 ODA 규모가 가장 큰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ODA 운영은 국내외의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예를 들면, 일본의 국제협력 의사결정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투명하지 못하다. 빈곤문제 등 문제해결보다는 경제사업 지원 비중이 높고 이를 유상원조 방식으로 지원하여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또한, 국내에서는 국제개발협력사업들이 낭비되고 성과가 빈약한 사업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상대적으로 네델란드, 핀란드, 덴마크 등은 일찍이 국제개발협력의 중요성을 간파, 국제개발협력을 개발도상국과의 외교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덴마크 외교부 아프리카국은 정부, 통상, 개발정책을 동시에 수립·집행하여 국제협력의 시행에 있어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래 전부터 국제개발협력을 시행한 나라들을 검토하고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한다면 나름대로 성과 중심의 ‘한국형 국제농업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형 국제농업개발협력 모델을 운영할 때 전체를 잘 종합·조정하고 관련 농업기관들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구의 운영도 필요할 것이다.

일전에 한 세미나에서 한 토론자가 “수입개방이 확대되면서 어려워지는 우리 농업·농촌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갈수록 불확실해 지는 국제곡물시장에서 과연 우리 농업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서 “우리 농업의 수준과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농산물 교역량을 고려할 때 과연 우리 농업이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농산물 개방화시대에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국내농업의 경쟁력 강화, 농가경영·소득 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국제농업개발협력을 통한 우리 농업의 세계화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부터 국내 농업관련기업들의 해외진출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국제농업개발협력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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