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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재해보험의 시행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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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상민

밤 재해보험의 시행을 위한 조건

 

이상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밤에 대한 재해보험 도입노력이 진행 중이다. 재배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 하겠다. 2002년과 2003년 연속적인 태풍은 재배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 중에는 생산을 포기한 재배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농가가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액은 헥타르 당 31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득보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재해보험의 도입은 안정된 재배활동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밤재해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재해보험 사업을 도입하기 위한 충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보험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모럴헤즈드)와 같은 문제점들이 밤재해보험 도입에도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태풍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재배자들만 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가입 후 태풍피해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되어 모처럼 슬기롭게 모은 논의의 결과물인 보험사업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확보하여야 하나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 이유는 재해보험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밤은 과수형태로 식재되지 않고, 일반 나무와 같이 조림된 상태에서 관리되고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하고 정확한 손해평가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손해평가는 보험금 지급을 위해 피해를 산정하는 절차인데, 평가의 공정성 유무는 보험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또 다른 요소이다. 그러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실제 피해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쉽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매우 크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므로 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외피로 둘러싸인 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확한 조사는 더욱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는 도입과정에서 장애요인이 되겠지만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재해보험에 대한 밤 재배자들의 인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험제도는 보상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책임이 선행되어야 하는 보험원리가 적용되어 보험가입자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요구한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균일한 보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일정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재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작물의 특성을 감안하여 정부가 보험료에 대한 일정 부분을 보조해 줄 가능성은 있지만 보험료 전액을 대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보험제도의 경제적인 기능은 상실될 것이며, 그 결과는 재해보상의 확대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반 보장성 재해보험과는 달리 농작물에 대한 재해보험의 경우는 연간소득의 일정 수준까지만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재해 피해로 인해 평년 소득보다 많은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생각은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매우 잘못된 인식 중의 하나이다. 결국 자신의 소득보다 많은 보험금을 타게 되면 당사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제도의 비용을 증가시켜 다른 가입자들의 피해를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보험사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방해하게 되어 지속적인 사업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상 지적한 문제점 이외에도 다양한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밤에 대한 재해보험 도입은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연재해로 인한 밤 재배자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안정된 생산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재해보험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험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보험에 대한 재배자들의 인식변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해극복에 있어 더 이상 정부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보험제도와 같은 시장지향적인 제도를 이용하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실시할 보험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하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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